한국의 재정 건전성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조사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낮고,부채에서 자산을 뺀 순채무가 적고,경제성장률과 금리 격차를 감안한 재정 건전성도 양호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국채 만기가 짧고 민간 채무가 많은 것은 위험 요인으로 지적됐다.

조세연구원은 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8개국(멕시코 터키 제외)의 재정을 △경기조정 기초재정수지 △순채무 △경제성장률과 금리 격차 등 세 가지 차원에서 분석한 결과 한국의 재정이 가장 건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올해 경기조정 기초재정수지는 GDP 대비 1.0% 흑자로 조사 대상국 중 다섯 번째로 흑자비율이 높았다. 경기조정 기초재정수지는 경기 변동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과 정부가 보유한 금융자산 및 부채의 이자를 제외하고 계산한 재정수지를 말한다. 정부가 보유한 부채에서 자산을 뺀 순채무 비율은 GDP 대비 -29.7%로 OECD 회원국 중 네 번째로 건전했다. GDP 대비 순채무 비율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자산이 채무보다 많다는 의미다.

한국의 경제성장률과 금리 격차는 1.7%포인트로 OECD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높았다. 경제성장률이 국채 이자율보다 높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급등할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조세연구원은 이상의 세 가지 지표를 합산하면 한국의 재정 건전성이 OECD 회원국 중 1위라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의 재정 건전성을 높게 평가했다. IMF는 이날 주요 국가의 재정 현황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한국이 갑작스런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재정 여력을 갖췄다고 밝혔다.

IMF는 "한국은 불시에 닥친 충격을 감내할 수 있는 최상의 재정 여력을 갖췄다"며 "모든 상황에 대처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IMF는 한국의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이 2009년 32.6%에서 2015년에는 26.1%로 하락,호주에 이어 가장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조세연구원은 그러나 한국의 국채 만기가 짧고 민간 채무 규모가 커 잠재적인 위험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7년 기준 한국의 국채 평균 만기는 4.2년으로 OECD 회원국 중 네 번째로 짧았다. 채권의 만기가 짧으면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신용경색이 일어났을 때 채권 차환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채무 구조가 악화될 위험이 있다.

조세연구원은 국가채무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가 보유자산을 늘리고 관리를 강화해 순채무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10년물 20년물 등 장기채 발행을 확대해 국채의 평균 만기를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GDP 대비 국가부채 외에 대외채무 비중과 민간채무 비율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