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자인 제가 말씀드리기 곤란하네요. 구청 공보팀을 통해 자료를 요청해주시죠."

서울 은평구청 주택과 재개발2팀 A주무관은 7일 대조1구역 재개발 조합설립 인가가 늦어지는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변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에 따르면 그는 불과 한 달 전 이들과의 면담 때 "이미 조합설립 인가를 위한 서류 검토는 끝냈는데,구청장 승인이 떨어지지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털어놓은 장본인이다.

지난 6월22일 조합설립 인가를 신청한 대조1구역 조합원들은 두 달이 넘도록 승인이 나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통상 한 달 정도 걸리는 승인 검토과정을 거쳐 벌써 시공사를 선정했어야 하지만,조합설립 인가가 늦어지면서 시공사 선정도 함께 연기됐다.

문제는 시공사 선정이 늦어지면 조합원들이 원하지 않아도 공공관리제 적용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10월 이후 시공사를 선정한 조합은 공공관리제 대상이다. 공공관리제는 재개발 · 재건축 사업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는 있지만,서울시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야 하고 그에 따른 보증을 추진위원회나 조합이 서게 돼 있다. 일부 추진위는 이에 따라 서둘러 조합설립 인가를 신청했지만 구청에서 이를 지연시키고 있는 것이다.

조합원들은 설립인가 지연에 대해 불평하고 있다. 대조1구역의 한 조합원은 "서둘러 조합설립 인가를 신청했지만 법정 검토기간을 넘기도록 승인이 나지 않아 분통이 터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조1구역은 물론 불광5구역,수색13구역 등도 신청 2개월이 지나도록 설립인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 건설업계는 인가처리 지연에 대해 공공관리 사업장을 늘리기 위한 구청들의 의도적인 '꼼수'로 보고 있다. 대형 건설회사의 재건축 · 재개발 담당자는 "공공관리제에 대한 각종 잡음이 들리면서 이를 피하려는 사업장이 늘어나자 구청들이 법으로 정해진 기한을 넘겨서까지 승인을 늦추고 있지만 조합원들이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조합원들은 공무원들의 전문성 미비 등으로 공공관리제를 적용받으면 사업이 오히려 늦어질 것으로 우려한다"며 "인가 늦추기로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성선화 건설부동산부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