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생의 절반 이상이 입학을 포기하는 대학''졸업생 10명 중 2명만 취업하는 학교''교수 1인당 학생 수가 87명이나 되는 곳.'

학자금 대출제한 30개 대학 명단에 포함된 학교들의 실상이다. 이들 대학은 신입생 충원율과 졸업생 취업률,전임 교원 확보율,재정건전성 등이 현저히 떨어져 제대로 된 대학 교육이 이뤄지기 힘든 곳이다. 무늬만 대학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모습이다.

◆사상 첫 부실대학 명단 공개

교육과학기술부가 부실대학의 명단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수시모집 원서접수를 하루 앞두고 명단을 발표한 것은 사실상 이들 대학에 '레드 카드'를 준 것과 마찬가지다. 교육여건을 개선시키지 못하면 자발적으로 '해산'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부실대학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도 지난달 2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출제한)대학 명단 공개가 대학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대학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 속에 정부발 대학 구조조정에 떨고 있다. 설동근 교과부1차관은 "한계 대학이 학자금 대출을 연명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소비자인 학생에게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명단 공개가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원 못 채우고 학생들은 자퇴

광주광역시 본촌동에 있는 4년제 대학 광신대는 지난해 입시에서 160명(정원내)을 뽑을 계획이었지만 지원자가 103명에 그쳤다. 경쟁률은 0.6 대 1이다. 그나마 합격생 중 69명만 등록,신입생 충원율이 43.1%(4년제 대학 평균 94.5%)에 그쳤다. 유학생이나 군입대자 등을 제외한 취업률은 26.3%.중도탈락 학생 비율도 높아 2008년엔 전체 재적학생(재학생+휴학생) 523명 중 53명(10.1%)이 학교를 그만뒀다. 이에 따라 전체 편제정원 580명 중 재학생이 413명에 불과해 재학생 충원율이 71.2% 수준이다.

경북 안동 건동대(4년제)의 작년 모집정원은 390명.하지만 입학생은 119명(신입생 충원율 30.5%)에 불과했다. 이 대학에서는 지난해 재적생의 31.2%가 자퇴 등을 통해 학교를 떠났다. 이 대학의 총정원은 1560명이지만 실제 학교를 다니는 학생은 362명(재학생 충원율 23.2%)뿐이다.

◆졸업해도'백수' 신세

광신대는 지난해 졸업생 130명 중 111명이 취업한 것으로 공시했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에서 확인된 취업자 수는 21명이다. 재학생 충원율이 69.6%에 머문 루터대(경기 용인)의 취업률(2008년 기준)도 35.0%에 그쳤다. 정규직을 기준으로 하면 취업률이 15%로 낮아진다. 대구외국어대(40%)와 탐라대(41.6%)도 취업률이 40%대로 4년제 대학 정규직 취업률 평균치(50%)를 밑돌았다. 교과부 관계자는 "졸업생 취업률이 현저히 낮다면 해당 대학과 교육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이 학생들에게 일자리를 직접 제공할 수는 없지만 취업률이 너무 낮아 대학으로서 존재감이 없다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수진 턱없이 모자라

전북 김제에 있는 벽성대(전문대)의 전임 교원은 23명.편제 정원을 기준으로 할 때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가 87명에 달할 정도로 교육 여건이 좋지 않다. 전임교원 확보율이 25.8%에 그쳤다. 이 정도면 초등학교보다 못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2008년 기준 학생 1인당 교육비는 457만원으로 전문대 평균치(713만원)에 크게 못 미친다. 부산경상대도 학생 1명에게 돌아가는 교육비(2008년)가 488만원이었다.

경기 이천과 충북 충주에 캠퍼스를 갖고 있는 극동정보대의 전임 교원 확보율은 27.3%에 불과하다. 총정원이 아닌 재학생을 기준으로 한 교원확보율도 34.2%에 머물러 교원 부족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우대(강원 속초)와 부산예술대의 교원 확보율도 각각 22.7%와 36.7%에 그쳤다. 4년제 대학과 전문대의 전임교원 확보율 평균치는 각각 70.7%와 50.6%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