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의 IT 집중분석] 구글 "개인 취향까지 파악, 자동 검색해주는 시대 곧 온다"
낯선 도시에서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이건 뭐지? 저건 뭐지? 궁금한 것 투성이다. 이때 모바일 디바이스가 끊임없이 자동으로 검색해 원하는 정보를 알려준다.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비서 로봇이 따로 없다. 이런 개인맞춤형 자동검색 세상이 곧 온다.

에릭 슈미트 구글 최고경영자(CEO · 사진)가 들려준 검색의 미래다. 슈미트는 8일(한국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폐막한 IFA 콘퍼런스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검색 비전을 밝혔다. 그는 자동검색에 관해 얘기하는 도중에 "우리는 여러분이 어디에 있는지,무엇을 좋아하는지 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구글이 '빅브러더'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판에 최고경영자가 의외의 발언을 한 셈이다.

슈미트는 "휴대폰 검색의 3분의 1은 사용자 주변의 사물이나 장소에 관한 것"이라면서 구글은 검색 사용자가 찾는 바로 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수준에 근접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 '오늘 날씨가 어떤가?'라고 물을 때는 비옷을 준비해야 하는지,정원 식물에 물을 줘야 하는지 등을 알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구글은 곧 이런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

슈미트의 논리는 이렇다. 검색은 '퍼스널'하다. 웹 검색에 머무를 수 없다. 사용자에 관한 모든 정보가 검색 대상이 된다. 이메일도 검색 대상이고 개인의 관심사도 검색 대상이다. 모든 정보를 검색할 수 있고 특정인에 관해 상세히 알 수 있다면 구글은 '빅브러더'란 말을 들을 수도 있다. 슈미트는 이걸 의식했는지 "프라이버시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미트는 '증강인간(augumented humanity)의 시대'라는 새로운 용어도 사용했다. 컴퓨터가 인간을 대신해 일을 해주고 인간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인간의 한계를 확장해준다는 의미에서 '증강인간'이란 용어를 썼다.

검색을 활용해 거리에서 누군가가 몰래 따라올까봐 걱정스러운가. 구글이 이런 스토커를 도와줄 거라고 생각하는가. 이에 대해 슈미트는 걱정 말라고 했다. 안드로이드 디바이스를 이용해 주위사람에 관한 정보를 얻게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런 기능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것은 불법이고 너무 끔찍하다"면서 "개인 프라이버시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는 말도 했다.

슈미트의 발언은 프라이버시에 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구글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구글은 이 개인정보를 활용해 더 편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슈미트는 프라이버시를 지켜줄 테니 편리한 서비스를 염려 말고 이용하라고 말하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프라이버시를 지킬 것인가,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할 것인가. 21세기 네티즌의 풀리지 않는 고민이다.

구글은 8일(한국시간 9일 새벽) 샌프란시스코 모던아트 뮤지엄에서 새 검색 서비스를 발표한다. 발표는 검색을 총괄하는 마리사 메이어 부사장이 맡는다. 어떤 서비스를 발표할지 구글이 밝히진 않았지만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방식에 관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얘기가 있다. 구글은 최근 마우스를 움직이면 이미지가 따라서 움직이는 두들(구글 로고의 변형)을 선보인 바 있다.

[김광현의 IT 집중분석] 구글 "개인 취향까지 파악, 자동 검색해주는 시대 곧 온다"
한편 슈미트는 IFA 연설에서 구글TV에 관해서도 밝혔다. 구글TV는 검색창을 통해 인터넷 검색도 하고 서핑도 할 수 있는 TV,컴퓨터 기능을 갖춘 TV를 말한다. 구글은 현재 콘텐츠 사업자들과 협상하고 있다. 가을쯤 미국에서 구글TV 서비스를 시작하고 내년에는 글로벌 서비스에 나선다. TV 메이커로는 소니가 맨먼저 구글TV를 내놓을 예정이다. 음성인식기술을 적용해 말로 채널을 돌리는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슈미트는 "구글TV를 갖게 되면 매우 바빠질 것이다" "(구글TV가) 여러분의 밤을 빼앗아 갈 것이다"고 말했다. 구글은 구글TV에서도 안드로이드폰과 비슷한 개방전략을 구사한다. TV 메이커와 시청자들한테 플랫폼을 공짜로 제공함으로써 널리 보급되게 하는 게 목표다. 각종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 프로그램)은 안드로이드마켓에서 사고팔게 할 예정이다.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