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중부권 소재 한 대학(4년제 일반대) 정문 앞.네팔과 중국 등지에서 온 외국인 학생들이 떼지어 들어가고 있다. 무슨 뜻인지 알아듣기 힘든 외국어를 주고받으며 왁자지껄 떠든다. 이들은 교환학생이나 중국어 · 네팔어과 학생들이 아니다. 지원자가 줄어 '학생 모시기'가 어렵자 대학 측에서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데려온 외국인들이다.

이 대학 재학생 126명 가운데 24명(19%)이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온 이방인들이다. 5명 중 1명꼴이다. 대학 측은 지난해 135명의 신입생을 뽑을 계획이었지만 지원자는 67명(경쟁률 0.5 대 1)에 불과했다.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외국인 학생들을 뽑을 수밖에 없었다. 경북 안동에 있는 K대도 사정은 비슷하다. 2008년 390명을 모집할 예정이었지만 합격자 중 280명이 무더기로 등록을 포기했다. 대학 측은 궁여지책으로 61명을 동남아에서 온 외국인 학생들로 채웠다. 이렇게 '급조된' 1학년 학생 171명 중 54명(31.6%)은 1년도 되지 않아 자퇴해버렸다.

학생 등록금으로 겨우 연명해온 일부 지방대학들이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일단 대학부터 가고 보자'는 잘못된 교육열과 철저한 검증 없이 마구 설립 인가를 내준 교육당국의 '합작품'이다.

◆등록금보다 적게 투자

2008년 현재 전국 185곳(분교 포함)의 일반 대학 중 113곳(61%)이 지방 소재 대학이다. 전문대의 경우 147곳 중 100곳(68%)이 지방에 있다. 그만큼 지방에서 담당하는 고등교육의 비율이 크다.

그러나 지방대의 교육 여건은 서울 등 수도권에 비해 현저하게 열악하다. 강원도 속초에 있는 D전문대는 최근 3년간 단 한 명의 전임 교원도 뽑지 않았다. 임금이 싼 시간 강사가 대부분의 수업을 진행한다. 실제 지방 소재 일반대의 전임 교원 확보율은 편제정원 기준 69.4%,전문대는 47.8%로 수도권 대학들보다 훨씬 뒤처진다.

학생에게 투자하는 교육비도 수도권에 비해 턱없이 적다. 전북 김제의 B전문대는 학생 1인당 교육비로 한 해 457만원을 썼다. 이 대학이 학생 1명당 받은 등록금(522만원)보다도 적다.

대학정보공시 조사에 따르면 지방 소재 일반대는 연간 1200여만원,전문대는 680여만원을 학생 1인당 교육비로 쓰고 있었다. 수도권 대학들에 비해 100만~200만원 정도 적다. 그런데도 일부 지방대의 경우 수도권 대학보다 등록금이 비싸 '많이 내고 적게 받는' 불평등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전문대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서울 지역 연간 등록금이 평균 510만원인 데 비해 부산 583만원을 비롯해 충남 553만원,울산 536만원,대구 533만원,경북 521만원 등으로 지방이 더 비싸다.

◆동남아에서 학생 모셔와야

교육 여건이 열악하다 보니 신입생 모집이 어려운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지방대의 신입생 충원율을 보면 일반대는 92.9%(수도권 97%),전문대는 86.5%(99.8%)에 머물고 있다. 한국 학생이 모자라기 때문에 질이 떨어지는 외국인 학생들을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반대의 경우 국내에 있는 외국인 학생 6700여명 중 절반 이상인 3800여명이 수도권 대학에 재학 중이지만 전문대는 전체 600여명 중 430여명이 지방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그나마 어렵게 데려온 외국인 학생들이 중도에 학교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 이 때문에 지방대의 중도 탈락 학생 비율은 일반대가 평균 4.87%,전문대는 8.11%로 수도권 대학들보다 2%포인트가량 높다.

전문가들은 인센티브 지급 등을 통해 지방대 간 인수 · 합병(M&A)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내 지방대 수는 교육 당국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며 "부실 대학 설립자가 빨리 손을 털고 나갈 수 있도록 인센티브 지급 등을 통해 자발적인 청산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