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 당국자는 8일 발표된 대이란 제재와 관련,"이란 정부에 대해 우리 측의 제재 방안을 설명하고 있는 과정"이라며 "앞으로 이란 측과 구체적인 사항을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날 정부의 대 이란 제재 방안이 발표된 직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말 또는 다음 주에 이란으로 외교사절을 보내거나 현지 공관을 통해 우리 정부의 제재 방침을 좀 더 상세히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정부는 즉각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주한 이란대사관 관계자는 "한국 정부의 (대 이란 독자 제재) 발표와 관련해 말할 게 없다"며 "당분간 입장을 내놓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바크티아리 주한 이란대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친구는 어려울 때 등을 돌리지 않는 법"이라며 "한국이 독자적으로 대 이란 추가 제재를 한다면 두손 놓고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강하게 경고한 바 있다.

이번 정부의 독자 제재안은 한 · 미 동맹관계를 감안한 정부의 고육책이라 할 수 있다. 핵 개발 문제로 이란과 대립하고 있는 미국이 제재에 나서면서 우리 정부에 동참할 것을 강하게 요구해 온 데 따른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수차례 한국 측에 이란 국영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대한 자산 동결을 요청했다.

제재안 마련에 소극적이던 우리 정부는 미국이 당초 예상보다 한 달 이상 빠른 지난달 17일 자국의 이란제재법 시행세칙을 발표하면서 즉각 독자제재안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서둘러 협상단을 꾸려 지난달 말 미국을 방문,제재안에 대한 협의에 들어갔다. 특히 일본이 이달 3일 독자적인 이란제재안을 발표함에 따라 속도를 내게 됐다는 전언이다.

독자제재안은 이와 함께 안보리 결의라는 국제사회의 '메인 스트림'에 동참하고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준 것이다. 특히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이라는 점도 감안됐다는 분석이다.

제재의 수위는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제재안을 발표한 미국과 유럽연합(EU) 캐나다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맞췄다.

일본은 이란 은행 · 기업 103개,개인 24명을 신규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정부 당국자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의무사항뿐 아니라 권고사항까지 수용해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에 최대한 동참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