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맘때쯤이었다. 사무실로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됐다. 봉투에 적힌 글씨로 보아 보낸 이는 '악필'이거나 또는 글씨 쓰는 것이 익숙지 않은 사람 같았다. 조심스럽게 봉투를 뜯고 내용을 확인한 뒤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회사에서 지원하고 있는 방과 후 학교 '행복한 홈스쿨'의 아이들이 보내온 편지였다.

편지에는 새 책상에 아이들이 둘러앉아 같이 찍은 사진과 함께 서툴게 적어 내려간 감사 글귀가 쓰여 있었다. 당시 아이들을 위해 홈스쿨의 책상을 바꿔 주고,봄소풍을 같이 다녀온 뒤였다. 내용 중 잊지 못할 부분이 있었다. "저도 나중에 커서 GSK 언니 오빠들처럼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거예요. " 이 글귀를 보며 우리의 작은 나눔이 더 큰 나눔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나눔과 행복은 전염성이 강하다. 특히 어린 시절에 접한 나눔은 아이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그들이 성장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이 받은 만큼의 사랑을 전할 것이라 믿는다. 브라질에 있는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다는 '나비효과'처럼 작은 시작이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임직원의 자발적 참여로 기금을 조성해 저소득층 아이들을 돕고 있다. 단순한 금전적 지원이 아니라 인적 봉사활동도 함께한다. 나눔은 직접 경험할수록 감동과 전파력이 크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이 참여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1년을 훌쩍 넘긴 지금,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자율적 참여 프로그램이어서 시작 당시 몇십명에 불과했던 참가자가 수백명을 넘어선 것이다. 봉사활동에 참여해 아이들과 함께한 임직원들은 기금 조성은 물론 지속적으로 활동하기를 희망했고,나아가 다른 이들에게 봉사활동의 전도사를 자처했다. 나눔이 나눔을 낳은 것이다.

빌 게이츠는 성공을 거둔 기업가는 부를 사회에 환원하고,또 세계의 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며 재산의 95%를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미국의 억만장자 40명이 각각 절반 이상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금액으로 따지면 최소 1500억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액수다.

나눔은 긍정적 바이러스다. 나눌수록 커진다. 내가 나누면 내 옆의 사람에게도 전파되고,받은 사람 역시 기꺼이 다른 이를 위해 자신의 일부를 내어놓을 수 있다. 한 개의 촛불로 많은 촛불에 다시 불을 붙여도 처음 촛불의 빛은 약해지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 나눔 바이러스가 널리 확산되길 바라며,아이들의 편지 내용처럼 머지않은 미래에 그들도 우리처럼 나눔을 전파하는 행복한 나눔 전도사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김진호 < GSK한국법인 대표 Jin-ho.kim@gsk.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