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의 자사주 취득이 주가안정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50만주 이상 자기주식을 취득한 32개사의 주가 변동 추이를 분석한 결과, 자기주식 취득 공시 당일 평균 3%, 취득기간 만료 후 20일째되는 날 주가가 평균 22% 상승했다.

자기주식 취득이 상장법인의 주가안정에 기여한다는 교과서적 해석이 현실에서도 먹히고 있다는 얘기다.

그 밖에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취득하거나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처분하는 등의 활용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위기 등 외부요인에 의한 주가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자사주를 사들인 상장사들은 짭짭할 수익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자사주 취득에 나섰다가 지난해 증시가 회복되자 이를 처분한 상장사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가 급락기에 직접 취득한 자사주에서 처분한 자사주를 차감한 순취득 규모가 2008년 1억8000주 순취득에서 지난해 3억주 순처분으로 전환됐고, 올 상반기에도 순처분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말 현재 시가총액 상위 50위 기업 중 자기주식 규모가 1조원 이상인 회사는 16조8000억원을 보유한 삼성전자를 비롯해 포스코(6조3000억원), 현대중공업(2조6682억원), 현대자동차(1조4808억원), SK텔레콤(1조4239억원), 두산중공업(1조2961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발행주식의 30%이상을 자사주로 보유한 회사도 조광피혁, 남성, 모토닉, 현대시멘트, 대성지주, 전방, 일성신약, 다산네트웍스 등 8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자사주 취득에 나선 기업들이 증시 회복 후 이를 처분하는 등 주가안정 수단으로써의 자사주 취득·처분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면서 "다만 경영권 방어목적으로 자사주를 대량 확보한 기업은 내년 3월 시행예정인 '포이즌 필' 시행을 앞두고 처분 등의 활용계획을 미리 세워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