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에 사는 김진식씨(27)는 지난 2월 인터넷전화와 함께 패키지로 가입한 쿡TV에서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을 내려받아 웹하드에 올렸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려는 단순한 동기였다. 게다가 저작권자가 고소하지 않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김씨는 저작권 관련 단체들이 추적하는 '저작권 침해자 리스트'에 올라 있다. 그가 자신의 집 쿡TV에서 영화를 불법 복제해 유통시켰다는 것이 파악되기 때문이다. IPTV의 영화 저작물들은 워터마킹(디지털 콘텐츠 위 · 변조 확인 기술)으로 걸러진다. 또한 저작권보호센터는 모니터링시스템을 통해 파일명에 'IPTV'라고 쓰여진 불법 콘텐츠를 가려낸다.

IPTV 가입자들이 콘텐츠를 불법으로 내려받아 인터넷 등에 유포하는 사례가 늘면서 KT SKT LG유플러스 등 통신업체들의 IPTV가 새로운 불법 복제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

저작권보호센터가 지난해 12월8일부터 지난달 16일까지 불법 복제 영화저작물을 모니터링한 결과 IPTV에서 23편의 영화가 파일명 등을 달리해 431건이나 불법 전송된 것으로 드러났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님은 먼 곳에''미인도''7급 공무원' 등 대부분이 인기 한국영화다. 파일명에는 'IPTV''IPTV RIP'란 단어가 적혀 있다.

영화업계의 불만은 크다. 한 영화 제작자는 "IPTV 3사는 일반인들이 불법 복제하지 못하도록 영화에 '록'기술을 걸어놓는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고 오직 가입자 확보에만 매달린다"고 비판했다.

IPTV 3사가 워터마킹을 토대로 불법 복제자를 적발하고 신고할 수 있는데도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가입자 확보를 위한 판촉활동에 저촉될까 두려워 이 문제에 대해 서로 앞장서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