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하루 만에 내림세로 돌아서며 장을 마쳤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원 내린 1172.8원을 기록했다. 이날 환율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의 여파로 장 초반부터 상승 압력을 받았다.

지난밤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6개국) 재정위기가 다시 불거지면서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화됐고 유로화는 주요 통화 대비 약세를 나타냈다.

이 여파로 원달러 환율은 전일종가보다 3.2원 상승한 1180원에 첫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오름폭을 소폭 낮추며 1170원대 후반에서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1170원대 후반에서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환율은 오후 들어 거래 수준을 조금 더 아래쪽으로 내렸다. 이후 내림세로 돌아서며 조금씩 밑으로 밀리다가 장 막판 추가 하락하며 1170원대 초반에서 장을 끝냈다.

변지영 우리선물 외환연구원은 "대외적으로 위험자산 회피거래가 이어지면서 서울 환시 환율에 상승 압력을 가했다"며 "장 초반부터 역내외 롱포지션(달러 매수)이 활발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유로화 등 주요통화가 미 달러화 대비 반등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의 상단을 제한했다"며 "여기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인상하리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숏마인드(달러 매도) 쪽으로 흘러갔다"고 덧붙였다.

변 연구원은 "장중 아시아 환시에서 엔달러 환율이 15년래 최저치를 다시 한번 경신했지만 서울 환시에 큰 영향은 없었다"며 "미 달러화가 엔화를 제외한 나머지 주요 통화에 대해 전반적으로 약세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이날 아시아 환시에서 엔달러 환율은 84엔을 밑돌면서 15년래 최저치를 또 경신했다. 장중 엔달러 환율은 83.34엔까지 떨어졌다. 전날 일본은행(BOJ) 총재는 단기적으로 시장에 직접 개입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전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월 유럽계 91개 대형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재무건전성 심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WSJ는 일부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 규모를 제외·축소한 채 테스트를 받았다고 전했다.

지난밤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지수는 유로존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 때문에 1% 이상 떨어졌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5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미 달러화의 풍부한 유동성 공급을 시사했다.

미 증시의 하락 여파에 내림세를 보였던 국내 주식시장은 장 후반 낙폭을 소폭 줄이며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8.52포인트(0.48%) 하락한 1179.22를 기록했다.코스닥지수는 1.60포인트(0.33%) 내린 478.60을 나타냈다. 외국인 투자자는 닷새 만에 순매도세로 돌아서며 810억원가량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수급 면에서는 수출업체의 네고물량과 역외 매도세가 환율을 아래쪽으로 이끈 모습이었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네고와 롱스탑성(손절매도) 물량이 제법 실렸다"며 "장 초반 일부 역내외 매수세가 있었지만 이후 역외가 매도 우위를 보이면서 환율 하락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한 소재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금통위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매수에 부담을 느낀 것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낙폭을 크게 줄이며 오후 4시11분 현재 1.2727달러를 기록 중이다. 엔달러 환율도 약보합세를 나타내며 83.61엔에 거래되고 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