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허브인 런던 금융계가 거물급 인사들의 연쇄 자리이동으로 술렁이고 있다. 28년간 HSBC를 이끌어온 대표 금융인이 정부 각료로 영입됐고,영국 금융의 자존심 격인 바클레이즈를 미국인 최고경영자가 이끌게 됐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8일 "HSBC의 스티브 그린 회장(61)이 영국 정부의 무역 · 투자 담당 부장관(차관급)으로 지명됐다"고 보도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그린 회장은 영국을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국으로 만들고 수출 성장을 이끌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린 회장은 1982년 HSBC에 입사,2003년부터 2006년까지 최고경영자(CEO)를 지냈으며 2006년부터 그룹 회장을 맡아온 HSBC의 상징적 인물이다. 그는 내년부터 부장관직을 수행한다.

그린 회장이 맡게 되는 무역 · 투자 담당 부장관(minister of state for trade and investment)직은 일반 부처의 장관보다 직급이 낮은 데다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대외적으로 '통상장관(minister of trade)'이란 약칭으로 불리며 영국 기업의 해외 진출과 수출 독려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 2008년 스탠다드차타드 회장 출신인 머빈 데이비스에 이어 그린 회장이 차기 부장관에 임명되면서 금융계 출신 인사들이 부장관직을 잇는 전통을 세우게 됐다.

한편 영국의 대표 은행 바클레이즈도 존 발리 최고경영자(CEO)를 밥 다이아몬드 바클레이즈 투자은행(IB) 부문 대표로 전격 교체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은 "바클레이즈가 예기치 않은 인사교체를 실시했다"며 "이제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미국인이 영국계 은행을 이끌게 됐다"고 보도했다.

다이아몬드 대표는 바클레이즈의 IB 사업부인 바클레이즈캐피털을 맡아 무명의 사업부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모시켜 실력을 인정받았다. 바클레이즈가 금융위기를 비교적 잘 헤쳐온 것도 IB 부문의 선전 덕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다이아몬드 대표가 소매금융 경험이 적은 데다 고액의 보너스 문제로 영국 정계와 마찰을 빚은 전력이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