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10여년간 컨설팅 사업을 하면서 쌓은 경험과 인맥을 활용해 한 · 중 교류 확대에 힘쓰겠습니다. "

지난 3월 한국인 최초로 중국 베이징대 고문교수에 임명된 다국적 컨설팅회사 GCIG 이은형 총괄대표(사진)는 최근 기자와 만나 "아직 배울 것이 많은데 과분한 직책을 받은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베이징대의 외부 위촉 교수는 고문교수,명예교수,겸직교수,객원교수 등으로 다양하다. 이 중 고문교수는 가장 명예로운 자리로 논문,저서 및 학술자격 검증 등 엄격한 평가와 추천을 통해 선정된다. 이 대표는 1898년 베이징대 개교 이래 외국인 가운데 처음으로 배출된 고문교수로 학교 발전을 위한 자문과 특강을 담당한다. 그는 1999년 GCIG 중국 동북지역법인장을 맡으면서 다양한 활동을 펼친데다 지린(吉林)대 교수로서 정 · 재계 및 학계 인사들과 끈끈한 교류를 맺어온 것이 고문교수로 위촉받은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고문교수직은 저우치펑(周其鳳) 베이징대 총장이 추천했다. 저우 총장은 이 대표가 교수 시절 지린대 총장을 지냈다. 이 대표는 지린대에서 석사(국제경제학)와 박사 학위를 받고 2002년 교수로 임용됐다. 그가 받은 인구자원환경경제학 박사학위는 지린대에서 내 · 외국인 가운데 처음이다. 그는 중국 교육부 중점연구기지 가운데 하나인 지린대 동북아연구센터에서 한국인 첫 겸직교수도 맡고 있다.

이 대표는 그동안 한국 기업들이 중국과 교류하는 데 기여해왔다. 지난해 샘표식품이 베이징대에서 요리교실을 여는 데 도움을 줬고 2006년 하나은행이 지린대에 단기 금융과정을 개설,공무원 금융기관 종사자들을 금융 실무 전문가로 양성하는 데 일조했다. 또 하나은행이 지난 6월 중국 지린은행의 지분 18%를 인수할 때 자문 역할도 했다.

이관우 전 한일은행장의 아들인 이 대표가 중국 대학인 지린대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98년.당시 이 대표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하던 중 GCIG에 들어갔다. 당시 GCIG는 중국에 법인 설립을 계획 중이었다. 이에 따라 그는 지린대에서 어학연수를 받았다.

이 대표는 노점상에서 일했던 사람부터 기업 최고경영자(CEO),정부 장 · 차관,은행장 등 중국의 많은 지인들과 교류하고 있다. "목욕탕에서 등을 밀어주거나 전화로 농담할 만큼 막역한 사람만 500여명이 넘고,서신 교환을 하는 사람은 2000명이 넘습니다. 이들 한분 한분이 저의 소중한 스승입니다. "

그는 능력을 인정받아 2009년부터 GCIG 미국 본사와 중국 및 한국법인 총괄대표를 맡고 있다. 이 대표는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현지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일면만 보고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수 없습니다. 스스로 그들의 문화에 파고 들어가 하나라도 더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중국인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