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메트라이프·한경챔피언십 꼭 우승할 것"
골프대회에서 타이틀을 지키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다. 올해 대회마다 새로운 우승자가 탄생하는 국내 여자골프투어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난해 2승을 거둔 이정은(23 · 호반건설)도 타이틀 방어라는 연초의 꿈을 달성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는 시즌 초 김영주골프여자오픈에서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우승컵을 지켜내지 못했다. 남은 것은 16~19일 88CC 서코스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메트라이프 · 한경 KLPGA 챔피언십'이다.

이정은은 연초 국내에서 체력 훈련을 마치고 2월 말 베트남으로 전지훈련을 한 달가량 다녀온 뒤 김영주골프여자오픈에서 우승컵 수성에 나섰다. 컨디션이 좋았던 데다 연습 결과도 만족스러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했다. 대회 때 굴러 내려가는 골프카를 잡으려다 왼쪽 허벅지 근육을 다친 것.이후 260야드를 넘나들던 드라이버샷 거리가 20야드가량 줄었다. 중심축이 무너져 스윙에 힘을 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코스 공략 자체가 달라졌고 미들 아이언을 잡는 횟수도 늘었다. 이정은은 "부상 때문에 힘껏 클럽을 휘두르지 못하고 파4홀에서 미들 아이언을 주로 잡다 보니 볼을 세우기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상반기 두 번이나 커트 탈락하면서 골프팬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가는 듯했다. 이정은은 가슴앓이가 심했을 것 같은데도 당당했다. 이정은은 "프로 데뷔 후 상반기에는 늘 고전하고 하반기에 성적이 좋아 개의치 않았다"며 "TV도 보고 음악도 듣고 나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정은은 하반기 들어 부상에서 회복하고 컨디션도 좋아지고 있다. 이정은은 "하나하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듯한 느낌으로 플레이를 한다"며 "다음 샷을 생각하다 보니 실수도 그만큼 줄고 버디 찬스도 많이 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하이원리조트컵 여자오픈(5위),넵스 마스터피스(4위),LIG클래식(5위)에서 '톱5'에 든 데 이어 현대건설 · 서울경제여자오픈에서는 연장전 끝에 시즌 첫승이자 통산 3승째를 거뒀다. 드라이버샷 거리도 260야드를 회복했고 아이언샷과 퍼트에도 자신감이 생겼다.

시즌 목표는 달라진 게 없다. 지난해 우승한 대회의 타이틀을 유지하고 총 5승을 거두는 것.이 정도면 다승왕과 상금왕도 가능하다. 그는 2007년,2008년 88CC에서 열린 대회에서 커트 탈락한 기억이 있다.

이에 대해 "프로 초년병 시절에는 무턱대고 달려들었지만 이제는 경기의 흐름을 알게 된 것 같다"며 코스에 순응하는 전략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정은은 "쟁쟁한 후배들이 많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국내 최대 메이저대회의 타이틀은 꼭 방어하고 싶다"며 웃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