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동결] "불확실성 커지고 주택시장 불안"…정부 목소리 반영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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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속도 조절 왜
미국 주택ㆍ고용시장 우려 반영
국내외 금리차ㆍ환율 하락 부담
10월~11월께 추가인상 시사
미국 주택ㆍ고용시장 우려 반영
국내외 금리차ㆍ환율 하락 부담
10월~11월께 추가인상 시사
시장의 예상과 달리 한국은행이 9일 연 2.25%인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올해 6% 안팎의 성장률과 4분기 이후 물가상승이 우려되기는 하지만 해외 위험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만큼 금리인상 속도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한은은 금리정상화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시장참가자들이 오판(誤判)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걱정"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내놓은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세계경제와 관련된 언급에 변화를 줬다. 지난달엔 '주요 선진국 경제도 대체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표현했으나 이번엔 '선진국 경제도 미국 등의 성장세 둔화 움직임이 나타났으나 대체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로 바꿨다. 지난 7월 미국의 신축주택 판매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줄어든 데다 고용마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생긴 시장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미국은 세계 경제에서 2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최대 경제국이다. 미국의 경기 둔화는 세계경제를 위축시켜 한국의 수출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높다. 한은 관계자는 "이달 금리 동결의 핵심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봐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통위는 그간 의결문에서 유럽의 재정문제를 언급했으나 이번에는 삭제했다. 신흥시장국에 대해선 여전히 호조를 지속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부동산시장 불안정
금통위는 부동산 시장에 대해선 지난달과 같은 평가를 내놨다. '주택매매가격이 수도권은 하락하고 지방은 상승하는 현상이 지속됐다'는 대목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와 관련,"매달 부동산가격은 금리를 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변수"라며 "내수의 중요 부분이 주택시장이고 주택건설이 아직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계속 형성돼 사람들이 주택시장으로 나오지 않게 되고 이 때문에 급격한 가격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현재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자본 유입 확대도 우려
한은이 정책금리를 인상하면 국내외 금리차는 확대된다. 미국의 정책금리는 사실상 제로(0)다. 한국과의 정책금리 차이는 2.25%포인트다.
시장금리도 적잖은 차이가 있다. 미국의 시장 지표물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2.5% 안팎이며 한국의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금통위 회의가 열리기 전날인 8일 연 4.03%였다. 1.5%포인트 정도 한국의 금리가 높았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환율은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수익률이 높아진 한국 채권을 매입하기 위한 외국자본 유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원 · 달러 환율은 지난달 미국에서 더블딥(경기상승 후 재차 하강) 우려가 빚어진 이후 1200원 근처까지 올랐다가 최근 1170원 초반까지 하락했다. 이날도 전날보다 5원40전 떨어져 1167원40전을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환율이 지나치게 가파르게 하락할 경우 경상수지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금통위원들이 상당히 고려했다"고 전했다.
◆정부와 조화도 모색
한은이 예상외로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정부 정책과의 공조를 감안한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금통위원들은 지난 7월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7월 초까지도 "금리를 결정할 때 2분기 성장률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분기 성장률이 7월 말에 발표되는 만큼 8월 금통위 때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얘기였다. 하지만 금통위원들은 이 같은 윤 장관의 발언이 금통위의 독립성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판단, 7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번에는 사정이 좀 달랐다. 윤 장관은 이날 아침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불안요인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세계경제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위기관리대책회의는 올해 말까지는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통위원들은 7월에 재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만큼 이번에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는 게 한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민경제 살리기에 나섰고,추석이 낀 달엔 기준금리를 인상한 적이 없다는 관례도 참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