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범하는 실수는 '행운'이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 데서 비롯됩니다. 특히 초보자들은 한두 번 수익을 내면 그게 본인의 실력이라고 오해하기 쉽지요. 하지만 주식시장은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종목에 대한 기본적인 분석은 물론 수급을 파악하는 기술적 분석도 꾸준히 공부해야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

2003년 지금은 문을 닫은 주식정보 사이트 이제로(www.e0.co.kr)에서 전문가 생활을 시작해 2006년 한국경제TV 전문가로 발탁된 김재수 JS투자연구소장(45 · 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부'라는 단어를 수십 차례나 강조했다.

"2002년 주식에 미쳐 6개월간 하루에 서너 시간만 자고 공부했습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2000개 가까운 종목의 재무제표와 1년간 차트를 분석했죠.그러다 보니 종목들의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 김 소장은 "요즘 좋은 분석기법과 매매시스템이 등장하고 있지만 남이 개발한 것을 활용하는 것보다 자신이 직접 몸으로 익힌 투자법이 훨씬 성공률이 높다"며 "가장 중요한 투자 포인트는 결국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투자성공 비결로 공부 외에 원칙을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꼽았다. 그는 "본인이 정한 수익률을 달성했을 때 '혹시 더 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매도 시점을 놓치면 그게 바로 돈을 잃는 것"이라며 "보유 종목이 하락할 때도 일정한 기준을 정해서 미련없이 손절매에 나서는 게 돈을 버는 길"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주가가 상승세라 해서 잘 모르는 종목을 따라 사는 것도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소장이 주식 전문가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2008년 금융위기로 국내 증시가 반토막 났을 때다. 2009년 9월 코스피지수 1350선에서 외국인 매도와 연기금 매수가 공방을 벌일 때 그는 각종 방송이나 강연회에서 "연기금은 지수를 받쳐줄 순 있지만 끌어올리는 힘은 없다"며 "1350선이 깨지면 일단 보유 주식을 현금화해서 위험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지수는 900선 아래로 내려갔고 그의 강의를 듣고 손실을 줄인 사람들의 감사 전화가 빗발쳤다.

김 소장은 올해 코스피지수가 1900선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최근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는 해외 악재들은 이미 노출된 문제라는 점에서 시장에 장기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다"며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정부들이 경기부양책을 계속 내놓고 있기 때문에 더블 딥(경기 일시 회복 후 재침체)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올해 대형주 장세가 이어지며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참여하는 코스닥시장은 계속 찬밥 신세였다"며 "하지만 코스피지수가 1800선까지 오르면 대형주들이 추가로 상승하기보다는 중소형주들에도 자금이 들어오며 키 맞추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반기 주목할 테마로는 온실가스,풍력,2차전지 등 환경 관련주를 꼽았다. 오는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등 굵직한 이벤트에서 이 문제가 부각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탄소배출권 사업을 진행 중인 후성 포휴먼 한솔홈데코 등이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 · 재생에너지의 대표 격인 풍력주도 상승세를 되찾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 소장은 "금융위기 이후 투자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되며 풍력주 주가가 많이 빠졌지만 이제 바닥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며 "환경문제가 점점 중요해지는 만큼 풍력주들의 장기적인 전망도 밝다"고 진단했다.

2차전지 관련주인 SK에너지와 테크노세미켐 역시 친환경산업 성장에 힘입어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또 10월쯤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은행주 중에선 KB금융,보험주에선 현대해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개인투자자들이 정보기술(IT)주를 많이 갖고 있어 최근 많이 오른 화학주나 지주사를 못 산 탓에 수익률이 저조하지만 IT주들이 가격 부담을 많이 덜었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낙폭을 상당 부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 보유하고 있는 IT주에서 손실을 보고 있다면 당장 팔아 다른 종목을 사는 것보다 어느 정도 손실을 만회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라는 조언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