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25일 펀드 시장의 흐름을 바꿔 놓은 두 가지 제도가 도입됐다. 펀드 '판매수수료 차등화'와 '판매회사 변경 제도' 도입이 바로 그것이다. 판매회사 변경 제도는 펀드 투자자가 환매수수료,판매수수료 등 비용 부담 없이 펀드 판매회사를 자유롭게 옮길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는 판매회사 간 공정한 경쟁을 유도해 펀드의 고비용 구조를 낮추기 위한 것이다.

국내 펀드 시장은 그동안 양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질적인 발전이 뒷받침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주식형 펀드의 보수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었고,장기 투자자에 대한 보수체계의 이점도 없었다. 이런 가운데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로 펀드 투자자들의 손실은 늘어만 갔고 펀드 판매에 열을 올리던 판매회사들은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국내 펀드 시장은 점점 작아졌고 투자자들은 펀드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고통의 시간이 지나가면서 펀드의 고비용 구조를 낮추고,펀드 투자자들의 위험관리 및 투자 목적에 맞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업계 내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투자자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이런 움직임은 판매회사 변경 제도의 시행과 그 때를 같이하고 있다.

◆온라인 펀드 판매회사 변경 제도 시행

판매회사 변경 제도는 지난 1월25일 시행됐다. 제도 시행 초기 한 달간 이동 규모는 하루 평균 235건,53억원(시행 초 1개월)이었으며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는 하루 평균 143건,32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7월에는 평균 55여건,17억원으로 이동 규모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판매회사 변경 제도가 아직까지 빛을 발하지 못하는 이유는 현재 이동 가능한 펀드에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해외 주식형,세제 혜택 펀드,체감식 보수 펀드 등이 제외돼 이동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년 대다수 펀드의 이동이 가능해지면 판매회사 변경에 대한 수요는 지금보다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내년 판매회사 변경 제도의 활성화를 기대하는 것은 단순히 이동 가능 펀드 수가 증가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8월30일부터 온라인에서도 펀드 판매회사 변경이 가능해진 것이 오히려 그 해답처럼 보인다.

방법 또한 간단하다. 보유 중인 펀드의 판매회사 지점 혹은 홈페이지에서 판매회사 이동 신청을 하고 계좌확인서를 발급받은 후 5영업일 이내에 이동을 원하는 판매회사의 홈페이지에서 신청을 완료하면 된다. 거래는 이동 신청 다음 날부터 가능하다. 7월 말 기준 74개 펀드 판매회사 중 71개사(96%)가 참여하고 있으며,연말까지 전 판매회사로 확대될 예정이다.

◆투자자 권익 보호 움직임

온라인으로 펀드 판매회사 변경이 가능해지면서 간편한 펀드 이동만으로 더 많은 고객들이 판매수수료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현재 온라인에서는 특정 펀드에 대해 판매수수료를 받지 않는 판매회사도 있다. 판매수수료가 면제될 경우 매년 내는 판매보수가 온라인 전용 클래스인 'Ce클래스'보다 낮다. 똑같은 펀드라면 판매수수료를 받지 않는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온라인에서 펀드 판매회사 변경이 가능해짐에 따라 펀드 투자자들의 권익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판매회사가 펀드만 판매해 놓고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불식시키기 위해 많은 판매회사들이 앞다퉈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돼 있어 판매회사 이동시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펀드 판매회사 선택시 유의점

아직까지 펀드 판매회사 변경은 판매회사 직원과 고객 간의 관계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대상 펀드 및 참여 판매회사가 늘어나고 판매수수료 차별화가 활성화될 경우 낮은 판매수수료나 좋은 서비스를 이유로 이동하는 사례가 증가할 전망이다.

펀드 투자자 역시 판매회사 선택시 몇 가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첫째 펀드 투자,특히 장기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비용이다. 장기 적립식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판매수수료를 받지 않는 판매회사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둘째 기존 판매회사에서 관리를 받지 못한 투자자라면 자산관리 서비스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판매회사를 선택하는 것이 적합하다. 대부분 투자자들이 자산관리라 하면 고액 거래자들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최근에는 소액 거래자들에게도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판매회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셋째 시간에 대한 고려다. 바쁜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투자상담을 많이 한다. 그러다 보니 회사들이 밀집한 지역의 금융기관들은 점심시간이 의외로 복잡하다. 게다가 최근에는 펀드 계좌 하나를 개설하는 데 30분 이상 걸린다. 바쁜 직장인일수록 온라인을 이용한 펀드 투자를 고려할 만하다.

펀드 판매회사 변경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판매회사,투자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판매회사는 좋은 펀드를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고,펀드 투자자의 투자 목적에 맞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과거와 같은 밀어내기식 펀드 판매는 투자자 불만을 야기하고,결국 투자자들을 펀드 시장에서 몰아내고 말 것이다. 펀드 투자자도 자신의 권익을 스스로 지켜야 한다. 투자자가 자신의 권익 보호에 소홀해지는 순간 판매회사들의 투자자를 위한 노력도 사라질 것이다.

민석주 키움증권 금융상품팀장 /mk1123@kiwo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