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내빈 베트남 경제] 값싼 노동력 기반 성장전략 한계…인플레ㆍ무역적자로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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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워치
7% 성장 전망 불구 신용등급 강등…외국 투자자들 低賃에만 관심
한국 벤치마킹 모델로 삼아도 경쟁력 갖추기엔 비효율적 구조
7% 성장 전망 불구 신용등급 강등…외국 투자자들 低賃에만 관심
한국 벤치마킹 모델로 삼아도 경쟁력 갖추기엔 비효율적 구조
베트남 정부는 지난 7월 초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분기(5.8%)보다 높은 6.4%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GDP 증가율도 6.5%로 예상돼 지난해(5.3%)에 이어 고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응우옌떤중 베트남 총리는 "올해 GDP 증가율이 7%를 넘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외부의 시각은 다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7월 말 "베트남 경제는 비관적"이라며 국가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강등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베트남 경제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베트남 경제가 표면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지만 내부엔 많은 위험 요인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급증하는 무역 · 재정 적자,비효율적인 투자환경 등으로 속은 점점 곪아간다는 것이다. 값싼 임금노동력과 외국인 직접투자(FDI)에만 의존하는 단순한 베트남 경제모델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설명이다.
◆무역적자 재정악화 고(高)인플레에 발목
베트남 경제의 최대 아킬레스건은 만성적인 무역적자다. 올 상반기 베트남의 무역적자는 67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전체 GDP의 7.4% 수준이었던 무역적자 규모는 올해 130억달러에 달해 11.2%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외환보유액도 급감했다. 2008년 242억달러였던 외환보유액은 현재 168억달러까지 줄어들었다.
금융위기 후 시행한 과도한 경기부양책으로 재정수지도 악화됐다. 2008년 이후 정부가 실시한 개인 · 법인소득세 감면과 기업 대출이자 보조금 지급 등의 부양정책은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는 데 일조했지만 대신 재정적자 규모를 눈덩이처럼 불렸다. 2008년 GDP 대비 5%였던 재정적자는 지난해 8.7%까지 증가했다.
인플레이션도 고민거리다.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베트남 정부는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지난달 18일 자국 통화인 동화를 달러당 기존 1만8544동에서 1만8932동으로 2.1% 평가절하했다. 작년 11월 이후에만 세 번째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인플레이션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베트남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작년 하반기 2~4%에서 올해 8%대로 급등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올해 베트남의 CPI 상승률이 11.5%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 대비 낮은 효율성
베트남의 경제성장은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다. 최대 산업인 섬유산업 노동자들의 월평균 임금은 84달러로 중국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인근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비해서도 절반 수준이다. 외국 기업이 앞다퉈 베트남에 진출하는 주된 이유다. 이에 따라 FDI가 베트남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999년 33%에서 지난해 43%까지 급증했다. 높은 GDP 증가율도 이 때문이다.
홍콩의 아시아타임스는 이처럼 증가하는 FDI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산업경쟁력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베트남에 투자하는 대부분의 외국 기업이 단지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려고만 하기 때문에 기술 중심의 고부가가치 산업 발전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게다가 베트남 정부가 FDI를 장기적 관점을 갖고 효율적으로 이용하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단기간에 성장률을 올리는 데만 집중할 뿐 인프라 투자 등 장기적 투자엔 소홀하다는 뜻이다. 베트남의 주요 수출품은 쌀,커피,천연고무 등 원자재지만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가공품 수입이 많다. 또 동남아 3위의 원유 보유국이지만 정제 시설이 부족해 휘발유를 해외에서 다량 수입한다.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겪는 것도 이 때문이다.
투자 대비 효율성을 측정하는 한계고정자본계수(ICOR · incremental capital output ratio)에서 베트남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평균(2~3)을 훨씬 웃도는 5에 육박한다. 이 계수가 높을수록 자본의 생산효과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베트남은 성장 1을 달성하는 데 투자는 그 다섯 배가 필요할 정도로 비효율적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4를 밑돌던 수치가 외국인 투자 허용 등 본격적인 시장개방 정책을 실시하면서 오히려 더 높아졌다.
◆과감한 공공부문 개혁 필요
블룸버그통신은 베트남 경제가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선 공공 부문의 개혁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관료들의 부패와 경직성이 불식돼야 하고 국영기업 등 공공 부문의 비효율성이 개선돼야 한다는 얘기다.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경쟁력지수에서 베트남이 75위로,작년보다 여덟 계단 떨어진 가장 큰 이유도 공공 부문의 비효율성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베트남 같은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경제 분야가 정치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국가의 모든 정책을 당이 결정,시행하기 때문에 국영기업의 경영도 공산당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국영 조선소인 비나신이 대표적인 사례다. 응우옌 총리가 임명한 비나신의 전 · 현직 회장은 올 들어 경영이 악화됐다는 이유로 잇따라 구속됐다.
베트남 전체 GDP의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국영기업의 경영이 공산당에 휘둘리다 보니 경쟁력을 키우기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베트남 국영기업들은 한국의 재벌을 벤치마킹 모델로 삼는다"며 "그러나 한국 재벌처럼 경쟁력을 갖추기엔 지나치게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 한계고정자본계수(ICOR)
incremental capital output ratio.생산량의 증가에 필요한 자본 증가의 비율.일정 기간 생산량 1단위를 얻는 데 몇 배의 자본이 필요한지를 나타내는 계수.이 계수가 높을수록 자본의 생산효과가 낮고 그만큼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외부의 시각은 다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7월 말 "베트남 경제는 비관적"이라며 국가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강등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베트남 경제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베트남 경제가 표면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지만 내부엔 많은 위험 요인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급증하는 무역 · 재정 적자,비효율적인 투자환경 등으로 속은 점점 곪아간다는 것이다. 값싼 임금노동력과 외국인 직접투자(FDI)에만 의존하는 단순한 베트남 경제모델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설명이다.
◆무역적자 재정악화 고(高)인플레에 발목
베트남 경제의 최대 아킬레스건은 만성적인 무역적자다. 올 상반기 베트남의 무역적자는 67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전체 GDP의 7.4% 수준이었던 무역적자 규모는 올해 130억달러에 달해 11.2%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외환보유액도 급감했다. 2008년 242억달러였던 외환보유액은 현재 168억달러까지 줄어들었다.
금융위기 후 시행한 과도한 경기부양책으로 재정수지도 악화됐다. 2008년 이후 정부가 실시한 개인 · 법인소득세 감면과 기업 대출이자 보조금 지급 등의 부양정책은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는 데 일조했지만 대신 재정적자 규모를 눈덩이처럼 불렸다. 2008년 GDP 대비 5%였던 재정적자는 지난해 8.7%까지 증가했다.
인플레이션도 고민거리다.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베트남 정부는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지난달 18일 자국 통화인 동화를 달러당 기존 1만8544동에서 1만8932동으로 2.1% 평가절하했다. 작년 11월 이후에만 세 번째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인플레이션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베트남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작년 하반기 2~4%에서 올해 8%대로 급등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올해 베트남의 CPI 상승률이 11.5%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 대비 낮은 효율성
베트남의 경제성장은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다. 최대 산업인 섬유산업 노동자들의 월평균 임금은 84달러로 중국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인근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비해서도 절반 수준이다. 외국 기업이 앞다퉈 베트남에 진출하는 주된 이유다. 이에 따라 FDI가 베트남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999년 33%에서 지난해 43%까지 급증했다. 높은 GDP 증가율도 이 때문이다.
홍콩의 아시아타임스는 이처럼 증가하는 FDI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산업경쟁력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베트남에 투자하는 대부분의 외국 기업이 단지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려고만 하기 때문에 기술 중심의 고부가가치 산업 발전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게다가 베트남 정부가 FDI를 장기적 관점을 갖고 효율적으로 이용하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단기간에 성장률을 올리는 데만 집중할 뿐 인프라 투자 등 장기적 투자엔 소홀하다는 뜻이다. 베트남의 주요 수출품은 쌀,커피,천연고무 등 원자재지만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가공품 수입이 많다. 또 동남아 3위의 원유 보유국이지만 정제 시설이 부족해 휘발유를 해외에서 다량 수입한다.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겪는 것도 이 때문이다.
투자 대비 효율성을 측정하는 한계고정자본계수(ICOR · incremental capital output ratio)에서 베트남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평균(2~3)을 훨씬 웃도는 5에 육박한다. 이 계수가 높을수록 자본의 생산효과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베트남은 성장 1을 달성하는 데 투자는 그 다섯 배가 필요할 정도로 비효율적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4를 밑돌던 수치가 외국인 투자 허용 등 본격적인 시장개방 정책을 실시하면서 오히려 더 높아졌다.
◆과감한 공공부문 개혁 필요
블룸버그통신은 베트남 경제가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선 공공 부문의 개혁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관료들의 부패와 경직성이 불식돼야 하고 국영기업 등 공공 부문의 비효율성이 개선돼야 한다는 얘기다.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경쟁력지수에서 베트남이 75위로,작년보다 여덟 계단 떨어진 가장 큰 이유도 공공 부문의 비효율성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베트남 같은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경제 분야가 정치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국가의 모든 정책을 당이 결정,시행하기 때문에 국영기업의 경영도 공산당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국영 조선소인 비나신이 대표적인 사례다. 응우옌 총리가 임명한 비나신의 전 · 현직 회장은 올 들어 경영이 악화됐다는 이유로 잇따라 구속됐다.
베트남 전체 GDP의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국영기업의 경영이 공산당에 휘둘리다 보니 경쟁력을 키우기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베트남 국영기업들은 한국의 재벌을 벤치마킹 모델로 삼는다"며 "그러나 한국 재벌처럼 경쟁력을 갖추기엔 지나치게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 한계고정자본계수(ICOR)
incremental capital output ratio.생산량의 증가에 필요한 자본 증가의 비율.일정 기간 생산량 1단위를 얻는 데 몇 배의 자본이 필요한지를 나타내는 계수.이 계수가 높을수록 자본의 생산효과가 낮고 그만큼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