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미국 2위 반도체칩 제조사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가 내놓은 3분기 실적 목표 보고서가 경기 회복 기대감을 키워왔던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고 외신들이 10일 보도했다.반도체칩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제로 보수적인 시장 전망을 내놓았기 때문이다.반도체칩 수요 감소는 향후 경기 회복 과정에서 잠재적 뇌관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TI는 10일 올 3분기에 주당 66~72센트의 순익과 36억2000만~37억8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PC 및 기타 전자제품용 반도체칩 수요가 감소하고 있으며 경기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소비자들이 전자제품 구매를 꺼릴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당초 예상치보다 낮은 수준이다.블룸버그통신의 6월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TI의 3분기 실적은 38억5000만달러의 매출에 주당 74센트의 순익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론 슬레이메이커 TI주식 담당자는 “PC와 데이터 저장장치 등 주요 생산 제품의 수요 감소와 함께 TV 구매가 저조할 것이란 분석이 반영됐다”고 말했다.TV수요 감소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3D화면에 대한 소비자들의 무관심 △월드컵 특수기의 선구매 등을 꼽았다.

이같은 TI의 실적은 시장이나 전문가들의 전망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하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이날 장중 0.76달러 상승으로 마감한 TI는 장 마감 후 거래에서 2.2% 떨어지기도 했다.TI가 향후 목표 실적 범위를 높이지 않고 오히려 축소했다는 점에 실망한 결과다.

이에 앞서 인텔은 지난달 소비자들이 예상보다 PC구매를 하지 않아 향후 실적 개선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때문에 굼뜬 경기 회복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투자자들의 비관론에 힘을 실어줄 수 있으며,일부 투자자들은 새로운 경기 하강 국면을 걱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에드 스나이더 차터증권연구소 애널리스트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인텔과 TI 보고서를 보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알수 있을 것” 이라며 “한마디로 말해 반도체칩 수요가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TI는 미국 최대 아날로그칩 제조업체다.바코드 스캐너는 물론 TV,자동비행장치 등에 쓰는 다양한 전자기기용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TI의 실적은 주요 산업 전망을 가늠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