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는 14일 오후 2시 이사회를 열어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과 관련한 사항을 논의키로 했다고 10일 발표했다. 신 사장 해임안을 상정할지,아니면 다른 안건을 상정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현재로선 해임안이 상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9일 일본'나고야 결투'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해임안 통과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어서다. 하지만 사외이사와 주주,직원들 사이에선 '표 대결 전에 타협토록 해야 한다'는 타협안이 급부상하고 있다. 은행 측은 신 사장에 대한 검찰 고소를 취하하고 신 사장은 명예롭게 자진 사퇴한다는 게 타협안의 핵심이다. 고소를 취하해도 검찰 수사가 계속된다는 부담은 있지만 파국을 막고 사태를 조기에 수습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양측을 적극 중재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겉으론 "표 대결도 불사한다"

라 회장 및 이 행장과 신 사장 사이에는 타협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나고야 결투'에서 절반의 승리를 거둔 라 회장 측은 "고소를 취하할 생각이 없다"고 못박았다. 이들은 국내 거주 사외이사는 물론 교포 사외이사들도 개별 접촉하면서 "해임안(또는 직무정지안) 통과는 불가피하다"고 설득하고 있다. 위성호 신한금융 부사장은 이날 홍콩으로 가 사외이사인 필립 아기니에 BNP파리바 아시아 리테일부문 본부장을 만나 설득작업을 벌였다.

신 사장 역시 강경하다. 그는 "자진 사퇴는 불명예"라며 "자진 사퇴는 없다"고 배수진을 치고 있다. 교포 사외이사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신 사장 측은 국내 거주 사외이사 중 일부 사외이사의 지지만 얻는다면 표 대결에서도 불리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신 사장이 제기했던 '세 명이 한발 물러나 비상대책위를 구성하자'는 제안을 라 회장이 일축한 만큼 더 이상의 타협안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사외이사들 "표대결은 부담"

주목을 끌고 있는 국내 사외이사들은 한결같이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류시열 이사는 "개인 입장이 있지만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김병일 전 기획예산처 장관은 "개인적인 생각이 있지만 지금 얘기하기는 조심스럽다"며 "상세한 보고를 안 받았고 팩트를 구체적으로 모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윤계섭 서울대 명예교수는 "분명 사태를 이 지경까지 만든 것에 대해 경영진에게 책임 추궁이 있을 것"이라며 "해임안이 올라온다고 하는데 어떤 안이 올라올지는 실제 받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전성빈 서강대 경영대 교수는 "해임안이 상정될지도 말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사외이사들은 그러나 뭔가 타협안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데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류 이사는 "(신 사장 해임안이 표결에 부쳐지면 라 회장 측이 이기더라도) 한두 표 차이는 모양새가 좀 그렇다"며 "(이사회가) 가능하면 합의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좋긴 하다" 고 말해 뭔가 타협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사외이사도 "이사회 안건은 만장일치가 모양이 좋다"고 말했다.

◆타협안 갖고 중재 모색 활발할 듯

일부 주주와 직원들 사이에선 신 사장 해임 표 대결을 피하기 위한 중재안을 내 양측이 타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신한은행의 한 직원은 "조직을 위해서라도 이사회에서 표 대결을 하기 전에 타협안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재일교포 주주들 사이에서도 "사태의 조속한 수습을 위해선 중재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타협안으로 은행 측이 신 사장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고 신 사장이 명예롭게 자진 사퇴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물론 고소를 취하한다고 해서 검찰 수사가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소 취하라는 상황 변화를 참고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과연 이런 타협안을 라 회장과 신 사장이 수용할 수 있느냐다. 두 사람 모두 강경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사외이사와 주주,노조가 타협을 권유할 경우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 관계자는 "주말에 타협안에 대한 중재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재형/안대규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