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크로스오버 시트콤 '김과장&이대리'] 아내 몰래 성과급 '횡령' 시도…박철·황보, 실제인지 연기인지…
#커피숍 신.김 과장이 아내 몰래 구입한 골프클럽 대금을 지불하기 위해 추석 상여금을 잔뜩 기대했다가 월급통장으로 잘못 들어가자 이를 회수하는 작전에 나선다.

"간단한 거야.미스 채가 경리과 여직원인 것처럼 우리 집에 전화해서 성과급 잘못 들어간 것이라고 다시 달라고 하면 돼."(김 과장) "저 그런 거 못해요. "(미스 채) "그러지 말고 죽어가는 사람 살리는 셈 치고.응?"(김 과장) 김 과장은 싫다는 미스 채를 붙들고 끈덕지게 설득한다. 곁에 있던 신입사원 신성웅과 이 대리는 김 과장에게 자기 월급을 가져가라고 거든다. "아냐 아냐.내가 니들 신세를 어떻게 지냐.그냥 신체 포기각서를 쓰지 뭐.사람이 간(肝) 없다고 죽겠냐."(김 과장) "어휴! 알았어요. 할 게요. 해! 대신 비밀 보장.난 죽어도 아닌 거예요?"(미스 채) "미스 채 고마워." 고개를 살짝 돌려서 환한 미소를 짓는 김 과장.

"오케이,아주 잘했어요. " 조유진 PD의 사인과 함께 이 장면 촬영이 마무리됐다. 지난 9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사옥 커피숍과 사무실에서 진행된 '김과장 & 이대리'시트콤 둘째날 촬영 현장.첫날인 5일에 이어 이날도 김 과장 역의 박철과 이 대리 역 안상태,미스 채 역 황보 외에 신입사원 역 신상웅,송팀장 역 송기윤 등 주요 연기자들이 참여했다. 촬영 조명 작가 녹음 등 스태프까지 합치면 50여 명.

조 PD는 "시트콤의 생명은 스피드와 현장감"이라며 "실제 커피숍과 사무실에서 찍는 게 세트 촬영보다 실감난다"고 말했다. 그는 박철 안상태 황보 등의 기존 캐릭터를 살리되 극의 내용에 맞게 약간씩 가감해 조화를 이루는 연기를 주문했다. 짧은 기간에 효율적으로 촬영하기 위해서는 캐릭터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 낫다는 것.

이날 촬영한 내용은 직원들이 상사의 고민을 가족처럼 나누는 모습.음모를 꾸미다 발각되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과정들이 시종 웃음을 자아냈다. "'갤러그폰'(갤럭시S폰의 잘못)을 사러 앱스토어로 함께 가자"는 송 팀장이나 지름신이 강림해 '신상'을 구입하고 '아기'처럼 소중하게 다루는 미스 채의 말과 행동에서는 신 · 구 세대,남녀 간 가치관과 문화의 차이도 드러났다.

이 시트콤은 한국경제신문이 연재하는 동명 기획기사를 옮긴 작품. 한국경제TV가 내달 4~8일 방영한다.

박철은 "꼼꼼하게 취재한 신문기사를 원작으로 해서 연기하니까 직장인들의 생활이 정말 실감난다"며 "연기도 과장되지 않고 리얼리즘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때문에 하루 3~4시간만 잠을 자고 비타민과 영양제로 버틴다고 했다.

안상태는 "여자 신입사원을 오게 해달라고 화장실에서 기도하는 장면에서 세 번이나 NG를 냈다"며 "바지를 내리고 있는데 카메라가 코앞에 다가오니 부담이 컸다"고 털어놨다.

두 차례의 촬영에서는 풍성한 에피소드를 남겼다.

◆…커피숍 신 촬영 도중 박철이 벌떡 일어나 카운터로 달려가는 모습에 구경나온 직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얼음 분쇄기를 잠시 갈지 말아 주세요!" 그는 이어 테이크아웃점에 커피를 사러온 소비자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한국경제의 발전을 위해 3분간만 조용히 해주세요. " 박철의 유머스런 멘트에 커피숍 근처는 금세 조용해졌고 촬영은 순조롭게 끝났다.

◆…첫날 교대역 근처 아파트에서 열린 휴일 김 과장 집안 스케치 촬영에서는 난데없이 '대본 해석' 분쟁(?)이 발생했다. 김 과장과 아내(박정숙)의 '뽀뽀'장면 촬영에 앞서 대본 리딩을 하던 탤런트 박정숙은 "우리 나이 또래가 되면 부부가 뽀뽀 안 하지 않아요?"라고 외치자 사방에서 웃음이 터졌다.

◆…스크린 골프장에서 신 사장(노주현)과 신입사원 신성웅(성웅)이 우연히 만나 골프 사제의 연을 맺는 장면 촬영 중 가진 점심 식사 자리.성웅이 수영선수 출신이란 사실을 안 박철은 "내가 만나본 바로는 수영선수들이 술을 제일 잘 마셔.축구선수들은 의외로 평범하고 야구선수들은 센 편이지만 수영선수들은 그 위야.아마도 물을 많이 마셔서 그런가 봐"라고 하자 스태프들이 자지러졌다.

유재혁/문혜정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