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물가가 매달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2%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생산자물가는 매달 3~4%씩 오르고 있다.

생산자물가 상승은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일 뿐만 아니라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일차적으로 예상되는 것은 생산자물가 상승에 이은 소비자물가 상승이다.

생산자물가는 공산품 공장도가격,농수산물의 도매시장 경매낙찰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공장도가격과 농수산물 도매 가격이 오르면 소매 판매 가격도 일정 부분 상승해 소비자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생산자물가 상승은 한 달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연결된다"고 우려했다.

생산자물가 상승은 기업의 수익성도 악화시킨다. 요즘처럼 소비자물가 상승이 생산자물가 상승에 미치지 못할 때 기업이 받는 타격은 더 커진다. 기업이 원가 상승분을 판매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유통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라며 "원가가 계속 오르면 기업은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언젠가는 판매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생산자물가가 소비자물가보다 크게 오르는 것이 경기침체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연간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보다 높았던 적은 1974,1980,1998,2004,2008년 등 다섯 차례로,이 중 2004년을 제외한 4개 연도는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생산자물가 상승이 기업의 경영수지를 악화시키면서 경기를 악화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품목과 가중치가 다른 것도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의 차이가 생기는 요인이다. 생산자물가의 가중치는 공산품이 64.5%로 가장 높은 반면 소비자물가에서는 공산품의 비중이 30.7%에 불과하고 서비스업이 60.4%를 차지한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