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펀드 환매 행렬 속에 같은 계열인 펀드 판매사와 운용사의 관계가 서먹서먹해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펀드 수익률과 위험 관리에 민감해지면서 계열사 펀드 밀어주기가 점점 힘들어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금융투자협회가 24개 판매사의 올 7월 말 현재 계열사 펀드 판매비중을 조사한 결과 13개 판매사가 계열사 판매비중이 작년 말보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생명은 작년 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펀드 판매잔액이 3조1487억원에 달했으나 7월 말 2조6103억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전체 펀드 판매액에서 미래에셋운용의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종전 79.80%에서 77.16%로 2.64%포인트 낮아졌다. 미래에셋증권도 미래에셋운용의 펀드 판매잔액이 7월 말 13조6878억원으로 줄어 판매비중이 77.29%에서 72.62%로 4.67%포인트 축소됐다.

최근 미래에셋운용의 주식형펀드 수익률이 회복되고는 있지만 올 상반기엔 전체 50개 운용사 중 42위에 머무를 정도로 부진했다. 이로 인해 미래에셋증권은 주식형펀드에서 돈을 빼가는 투자자들을 붙잡고 자산관리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 랩과 채권 등 안정형 상품을 적극 권유하는 쪽으로 마케팅 전략을 바꿨다. 그 결과 미래에셋증권의 랩 계약잔액은 작년 말 1조3000억원에서 올 7월 말 1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시장 금리보다 조금 더 높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얻기 원하는 VIP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삼성증권의 삼성자산운용 펀드 판매비중도 작년 말 대비 각각 2.24%포인트,0.16%포인트 낮아졌다. 또 교보생명 하나대투증권 현대해상보험 하이투자증권 산업은행 신영증권 현대증권 대신증권 등도 계열 운용사의 판매비중이 작년 말 대비 축소됐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판매사들이 고객의 수익률에 대한 민원과 불만 제기로 고생한 데다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노골적으로 계열사 펀드를 밀어주기 어려워진 결과"라며 "하지만 여전히 계열사 판매비중은 지나치게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KB금융지주 계열 국민은행과 KB투자증권은 KB자산운용 펀드의 판매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작년 말 11.55%에 불과했던 KB투자증권의 KB운용 펀드 비중은 7월 말 52.43%로 40.88%포인트 확대됐다. 국민은행도 같은 기간 35.72%에서 39.43%로 높아졌다. 올 들어 KB운용의 밸류포커스,한국대표그룹주 등 대표 펀드들이 수익률에서 두각을 나타낸 데다 그룹 차원에서 KB운용 펀드를 적극 판매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 외국계 운용사 사장은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자산운용 분야를 미래 핵심사업으로 육성한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마당에 펀드 수익률까지 좋아지자 국민은행은 KB운용 펀드만 판다는 얘기까지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농협 동양종금증권 등도 계열사 판매비중이 높아졌다. 배 연구위원은 "계열 판매사 창구로 채권형펀드와 머니마켓펀드(MMF) 자금이 유입된 것이 이들 판매사의 계열사 비중이 높아진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