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도박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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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미국 수학학회 정기총회에서 에드워드 솔프라는 수학자가 '행운의 공식-블랙잭의 필승전략'을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카드 패의 흐름을 기억하는 '카운팅' 기법을 쓰면 게임에서 승률을 확 높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솔프는 주변에서 받은 1만달러를 30여시간 만에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2만1000달러로 불린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공식이 지속적으로 효과를 내지는 못했는지 해지펀드 매니저로 변신했다.
영국 시인 바이런의 딸인 에이다 오거스타 킹은 천재 과학자로 이름을 날렸지만 노름에 빠져 패가망신한 케이스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이론을 개척했을 정도로 두뇌가 명석했는데도 도박에서만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남편 집안의 패물까지 빼돌려 노름 밑천으로 쓰는 등 경제난에 허덕이다가 36세에 요절하고 말았다.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실제 도박판에선 잘 먹혀들어가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고도의 심리전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승률이 높은 원칙을 세워놓는다 해도 상대가 자주 바뀌는 상황에서 냉정하게 패를 읽고 일관되게 배팅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더구나 도박판에선 각종 속임수가 난무하게 마련이다.
도박에 빠져 거액의 빚을 진 40대 가장이 빚 독촉에 시달리다 부인과 아들을 살해한 사건에 이어 한 방송인의 원정도박 의혹까지 불거져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에 도박중독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성인의 9.5%인 350여만명(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08년 조사)이나 된다고 한다. 그 중 270여만명은 상담이 필요한 수준이고 80여만명은 당장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니 보통 문제가 아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11~18일을 '도박중독 예방주간'으로 정하고 국제 콘퍼런스 개최 및 각종 캠페인을 벌인다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예프스키도 도박에 빠져 비참한 생활을 했다. 그가 아내에게 보낸 편지는 도박이 사람을 얼마나 피폐하게 하는지를 알려준다. '여보,내가 갖고 있던 돈을 몽땅 잃었소.제발 상심하지 말았으면 좋겠구려.앞으로는 형편없는 도둑놈처럼 몰래 빠져나가 도박판에 끼어드는 짓을 절대로 하지 않으리다….' 돈을 따든 잃든 도박이 해피엔딩인 경우는 별로 없다. 중독되기 전에 멀리하는 게 상책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영국 시인 바이런의 딸인 에이다 오거스타 킹은 천재 과학자로 이름을 날렸지만 노름에 빠져 패가망신한 케이스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이론을 개척했을 정도로 두뇌가 명석했는데도 도박에서만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남편 집안의 패물까지 빼돌려 노름 밑천으로 쓰는 등 경제난에 허덕이다가 36세에 요절하고 말았다.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실제 도박판에선 잘 먹혀들어가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고도의 심리전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승률이 높은 원칙을 세워놓는다 해도 상대가 자주 바뀌는 상황에서 냉정하게 패를 읽고 일관되게 배팅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더구나 도박판에선 각종 속임수가 난무하게 마련이다.
도박에 빠져 거액의 빚을 진 40대 가장이 빚 독촉에 시달리다 부인과 아들을 살해한 사건에 이어 한 방송인의 원정도박 의혹까지 불거져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에 도박중독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성인의 9.5%인 350여만명(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08년 조사)이나 된다고 한다. 그 중 270여만명은 상담이 필요한 수준이고 80여만명은 당장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니 보통 문제가 아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11~18일을 '도박중독 예방주간'으로 정하고 국제 콘퍼런스 개최 및 각종 캠페인을 벌인다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예프스키도 도박에 빠져 비참한 생활을 했다. 그가 아내에게 보낸 편지는 도박이 사람을 얼마나 피폐하게 하는지를 알려준다. '여보,내가 갖고 있던 돈을 몽땅 잃었소.제발 상심하지 말았으면 좋겠구려.앞으로는 형편없는 도둑놈처럼 몰래 빠져나가 도박판에 끼어드는 짓을 절대로 하지 않으리다….' 돈을 따든 잃든 도박이 해피엔딩인 경우는 별로 없다. 중독되기 전에 멀리하는 게 상책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