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맥주와 오비맥주가 시장을 과점하면서 먹고살던 시대는 지났다. 우리 상대는 국내 시장이 아니다. "

이장규 하이트 · 진로그룹 부회장 겸 하이트맥주 대표(59 · 사진)는 12일 "소비자 요구는 다양해지고 글로벌 맥주회사가 진입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신제품 '드라이피니시 d' 출시 1개월을 맞아 하이트맥주 강원도 홍천공장을 견학한 뒤 기자간담회를 갖고 "세계 어떤 맥주와도 이길 수 있는 맥주를 만들어 내야 살아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이네켄 칼스버그 등이 아시아 진출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아사히 등 일본 맥주도 국내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고 있는 데 대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설명이다.

31년간 언론계에서 일하다 2007년 8월 하이트그룹에 온 이 부회장은 하이트맥주의 체질개선을 강력히 추진해 왔다. 2년 전 일본 삿포로맥주 출신 기술자를 고문으로 영입했으며,올해 초엔 30대 여성 마케팅 전문가를 영입해 기존 마케팅팀을 통째로 교체했다.

이 부회장은 "TV 휴대폰 등에서 우리 기업이 세계 1등을 하는데 맥주라고 세계 최고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며 "국내 맥주가 밍밍하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드라이피니시 d'가 그에 대한 해답"이라고 말했다. 이 맥주는 소비자 요구를 반영, 이름처럼 뒷맛을 깔끔하게 만들었다. 호주 청정지역의 맥아와 북미산 아로마 호프 등 최상급 원재료를 썼으며,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병 디자인도 바꿨다.

그는 "론칭할 때 호텔방에서 하지 말자고 했다"며 "이 같은 새로운 시도가 시장에 정착되려면 시간이 필요하지만 지금까지는 평가가 괜찮다"고 강조했다. '드라이피니시 d'는 지난달 5일 서울 한강변 카페에서 연예인 등을 모아놓고 '론칭파티'를 벌였다. 이 제품은 출시 이후 한 달 동안 수도권에서만 21만상자(330㎖ X 30병)가 팔렸다. 2006년 출시한 '맥스'(한 달간 20만 상자)를 앞질렀다.

이 부회장은 또 "호주의 한 맥주 수입업자가 우리 맥주'맥스' 맛을 보고 찾아왔다"며 "이 업체가 주문자상표 부착 생산(OEM)방식으로 현지에서 '클린 스킨'이란 이름으로 우리 맥주를 팔고 있는데 제법 잘 팔린다"고 소개했다. 그는 "소주를 중국에서도 본격적으로 팔 계획"이라며 "알코올 도수 20도에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국화향을 넣은 중국형 소주도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올해 말이면 하이트가 진로를 인수한 지 만 5년이 되고,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정한 양사의 영업망 통합 규제 기간이 끝난다. 이 부회장은 "이익을 높이고 비용을 낮출 수 있어 관심을 갖는 부분"이라면서 "다만 잘못하면 부작용이 날 수 있어 언제 어떻게 어디까지 통합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진로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데 대해선 "현재 체질개선 작업을 하고 있어 전환기적인 고통이 있다"며 "진통기를 지나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