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돌아온 태화강, 4급수 여전한 영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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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깨끗한 강,흐르는 강,아름다운 강’.정부가 4대강 사업의 비전을 압축시킨 표현이다.‘죽음의 강’에서 ‘1급수 강’으로 되살아난 울산 태화강은 벤치마킹 대상이다.농업용수로도 쓰지 못하고 여름철만 되면 범람하는 영산강은 4대강의 과거가 돼야 한다고 정부는 강조한다.지방자치단체 혼자서는 강 살리기의 성공을 보장하기 힘든 만큼 중앙 정부의 적극 지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적극 개발’과 ‘미온적 대응’이 어떤 차이를 낳았는지 영산강과 태화강의 오늘을 통해 살펴본다.
◆살아난 태화강 “강준설하고 하수관거 고쳤더니 연어도 되돌아 왔네예”
“7~8년 전만 해도 강에서 나는 꾸리한 냄새 때문에 창문도 못 열고 살았제.지금은 여가(여기가) 천국 아인가(아닌가) 싶네.”
7대째 울산에 살고 있는 조남근씨(74·울산시 중구)는 “태화강을 보고 있노라면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태화강 대숲지킴이 회장을 맡고 있는 그에게 태화강의 모습은 세가지다.울산이 공업도시로 변하기 이전의 맑디 맑았던 태화강,공업도시 이후 하루가 다르게 오염되던 태화강,그리고 다시 옛모습을 찾은 태화강이 그것이다.
조씨는 “어린 시절 태화강 물은 그대로 마실 만큼 깨끗했는데 1970년대 이후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잿빛 죽음의 강으로 변했다”며 “2000년초에는 1만여 마리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고 회고했다.이때부터 울산은 사람 살기 힘든 공해 도시의 대명사로 국민들 입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지금 울산은 태화강 덕분에 저탄소 녹색성장도시의 모델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조씨는 “1년전부터는 태화강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누치떼를 발견하곤 한다”며 환하게 웃었다.최근에는 연어 떼도 찾아왔다.은어와 연어 황어 가물치와 고니 원앙 백로 수달삵 등 모두 427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명의 강으로 부활했다.하루 평균 1만5000명,휴일엔 3만명이 찾는 생태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2005년부터 전국 규모의 수영대회와 조정,카누,용선대회 등이 열려 죽음의 6급수에서 1급수로 변한 태화강의 기적을 나라 안팎에 전하고 있다.
울산의 대표적 원전설비 전문업체인 일진에너지 이상배 대표(58)는 “10년전 모습과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전했다.10년전 서울시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다 형(이상업 회장)의 권유로 울산과 인연을 맺은 그는 “악취가 진동하는 시커먼 잉크 같아 서울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하루에도 몇번씩 생겼는데 지금은 울산의 대표적 생태 자원이 됐다”고 말했다.
태화강의 기적이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한진규 울산시 환경정책과장은 “태화강 수질을 바꾸지 않고는 울산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 울산시,시민,기업이 일궈낸 땀의 결실”이라고 설명했다.
울산시는 물고기가 떼죽음 당한 2000년부터 강으로 유입되는 생활오폐수와 축산분뇨를 차단하기 시작했다.축산농가 등에 하수관을 설치하고 주거지역에서 발생하는 오폐수가 강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했다.2002년부터 2007년까지 총 350억원을 들여 하류지역인 삼호교~명촌교 8.8㎞ 구간의 강바닥에 50㎝ 이상 쌓였던 오염퇴적물 67만㎥를 걷어냈다.친수공간 확보를 위해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806억원을 투입,십리대숲(8만9319㎡)을 복원하고 태화들(44만2000㎡)이란 생태공원을 만들었다.지금까지 태화강에 투입된 사업비만 6000여억원에 이른다.
이같은 노력으로 태화강의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은 1996년 생명체가 거의 살 수 없는 수준(11.3㎎/ℓ)에서 2004년 보통 수준(3.2㎎/ℓ)을 회복한데 이어 2008년 1급수 기준(2㎎/ℓ)까지 되돌아왔다.도심을 가로지르는 전국의 강 중에선 최고 수질을 자랑한다.
울산상의 회장을 지낸 이두철 삼창기업 회장(64)은 “과거 태화강이 110만 시민의 슬픔과 기쁨을 함께 간직해온 생명의 젖줄이었다면 이제는 1인당 5만달러 소득을 앞둔 울산 르네상스의 상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죽은 영산강,“5년간 690억원 썼는데도 썩은물 4급수 그대로”
“이른 아침에 쓰레기가 뒤섞인 시커먼 강물이 도로를 넘어 밀려드는데 정신이 쏙 빠져부는 줄 알았소.”
영산강 구진포 인근인 전남 나주시 다시면 가운리의 최평엽(58) 이장은 지난 17일 하룻밤새 87㎜나 쏟아진 비로 범람한 강물이 논을 휩쓸던 기억을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작년 이맘 때도 잡초 빈병 고무대야 등 온갖 쓰레기로 뒤덮힌 강물이 그의 4000여평 논을 덮쳐 수확량 절반을 손해봐야 했다.이곳에서 나고 자란 최 이장은 “여름철 빗소리만 들으면 가슴이 덜컹 내려 앉는다”며 “100㎜가 안되는 강우량에 해마다 비 피해를 입어야 쓰겠냐”고 허탈해했다.
영산강의 반복되는 홍수피해와 수질악화 문제는 풀릴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호남의 젖줄이라는 영산강의 수질은 4~5급수 수준이다.영산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광주천이 합류하는 상류의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은 ℓ당 7~8㎎으로 4급수다.하류로 내려가면 하수처리장 방류 지점의 BOD수치는 ℓ당 10㎎ 이하로 떨어져 5급수로 분류된다.5급수란 농업용수로도 부적합한 수질이다.한마디로 ‘쓸모없는 물’이다.지난해 배를 타고 강바닥 퇴적물을 걷어내는 캠페인에 참가했던 한 사회단체 관계자는 “강바닥의 쓰레기를 긁어낼 때마다 악취가 진동하는 것을 보고는 영산강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수질악화로 생태계도 크게 파괴됐다.환경부의 2008년 수생태계 건강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산강에 사는 어류는 총 38종으로 금강의 69종,낙동강의 58종에 비해 극히 적다.나주시 남평면 지석강 인근에서 강변매운탕집을 운영하는 김성모씨는 “쏘가리 장어 등 그많던 민물고기가 사라져 그물엔 배스 블루길 등 외래어종들만 올라온다”며 “과거 즐비했던 매운탕집들이 지금은 서너곳만 남았다”고 말했다.
영산강 수질이 4대강 중 가장 악화된 데에는 크게 3가지 요인이 작용했다.상류의 지천인 광주천에 오폐수가 유입되고,담양댐 장성댐 등 상류 4개댐 건설로 강물이 말라붙고 있으며,효과적인 수질관리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광주천 오염의 주범인 생활오폐수는 지금도 여과없이 그대로 영산강 상류로 흘러들고 있다.광주시는 2007년부터 생활오폐수의 광주천 유입을 막기 위해 하수관거정비사업에 나섰지만 막대한 예산 때문에 사업을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2013년까지 민자로 2847억원을 들여 추진하는 사업이어서 시가 부담해야할 이자만 280억원에 이른다.2단계로 2030년까지 1조9847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사업비를 투입해야 하지만 연간 3조원의 광주시 예산으로는 엄두를 내기 힘들다.
정회석 영산강유역환경청장은 “광주천은 수질개선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에만 맡겨두면 백년하청(百年何淸)일 수 밖에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광주시는 광주천 복원을 위해 작년 말까지 5년간 689억원을 투입했다.광주천내 하천시설을 정비해 경관과 생태기능을 되살리고 유수량을 늘려 수질을 개선하는 게 골자였다.이를 위해 펌프로 하루 14만t의 물을 상류로 되돌려보내 흐르게 했지만 이는 하류 유수량 부족을 가져와 오염을 가속화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영산강 오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4대강 사업을 반대해온 강운태 광주시장도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영산강살리기 7공구 사업에 대해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영산강살리기협의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최근 밝혔다.강시장은 “보건설이나 준설에 앞서 수질개선이 시급하기 때문“이라고 입장을 바꾼 배경을 설명했다.
광주=최성국/울산=하인식 기자 skchoi@hankyung.com
◆살아난 태화강 “강준설하고 하수관거 고쳤더니 연어도 되돌아 왔네예”
“7~8년 전만 해도 강에서 나는 꾸리한 냄새 때문에 창문도 못 열고 살았제.지금은 여가(여기가) 천국 아인가(아닌가) 싶네.”
7대째 울산에 살고 있는 조남근씨(74·울산시 중구)는 “태화강을 보고 있노라면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태화강 대숲지킴이 회장을 맡고 있는 그에게 태화강의 모습은 세가지다.울산이 공업도시로 변하기 이전의 맑디 맑았던 태화강,공업도시 이후 하루가 다르게 오염되던 태화강,그리고 다시 옛모습을 찾은 태화강이 그것이다.
조씨는 “어린 시절 태화강 물은 그대로 마실 만큼 깨끗했는데 1970년대 이후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잿빛 죽음의 강으로 변했다”며 “2000년초에는 1만여 마리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고 회고했다.이때부터 울산은 사람 살기 힘든 공해 도시의 대명사로 국민들 입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지금 울산은 태화강 덕분에 저탄소 녹색성장도시의 모델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조씨는 “1년전부터는 태화강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누치떼를 발견하곤 한다”며 환하게 웃었다.최근에는 연어 떼도 찾아왔다.은어와 연어 황어 가물치와 고니 원앙 백로 수달삵 등 모두 427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명의 강으로 부활했다.하루 평균 1만5000명,휴일엔 3만명이 찾는 생태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2005년부터 전국 규모의 수영대회와 조정,카누,용선대회 등이 열려 죽음의 6급수에서 1급수로 변한 태화강의 기적을 나라 안팎에 전하고 있다.
울산의 대표적 원전설비 전문업체인 일진에너지 이상배 대표(58)는 “10년전 모습과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전했다.10년전 서울시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다 형(이상업 회장)의 권유로 울산과 인연을 맺은 그는 “악취가 진동하는 시커먼 잉크 같아 서울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하루에도 몇번씩 생겼는데 지금은 울산의 대표적 생태 자원이 됐다”고 말했다.
태화강의 기적이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한진규 울산시 환경정책과장은 “태화강 수질을 바꾸지 않고는 울산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 울산시,시민,기업이 일궈낸 땀의 결실”이라고 설명했다.
울산시는 물고기가 떼죽음 당한 2000년부터 강으로 유입되는 생활오폐수와 축산분뇨를 차단하기 시작했다.축산농가 등에 하수관을 설치하고 주거지역에서 발생하는 오폐수가 강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했다.2002년부터 2007년까지 총 350억원을 들여 하류지역인 삼호교~명촌교 8.8㎞ 구간의 강바닥에 50㎝ 이상 쌓였던 오염퇴적물 67만㎥를 걷어냈다.친수공간 확보를 위해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806억원을 투입,십리대숲(8만9319㎡)을 복원하고 태화들(44만2000㎡)이란 생태공원을 만들었다.지금까지 태화강에 투입된 사업비만 6000여억원에 이른다.
이같은 노력으로 태화강의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은 1996년 생명체가 거의 살 수 없는 수준(11.3㎎/ℓ)에서 2004년 보통 수준(3.2㎎/ℓ)을 회복한데 이어 2008년 1급수 기준(2㎎/ℓ)까지 되돌아왔다.도심을 가로지르는 전국의 강 중에선 최고 수질을 자랑한다.
울산상의 회장을 지낸 이두철 삼창기업 회장(64)은 “과거 태화강이 110만 시민의 슬픔과 기쁨을 함께 간직해온 생명의 젖줄이었다면 이제는 1인당 5만달러 소득을 앞둔 울산 르네상스의 상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죽은 영산강,“5년간 690억원 썼는데도 썩은물 4급수 그대로”
“이른 아침에 쓰레기가 뒤섞인 시커먼 강물이 도로를 넘어 밀려드는데 정신이 쏙 빠져부는 줄 알았소.”
영산강 구진포 인근인 전남 나주시 다시면 가운리의 최평엽(58) 이장은 지난 17일 하룻밤새 87㎜나 쏟아진 비로 범람한 강물이 논을 휩쓸던 기억을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작년 이맘 때도 잡초 빈병 고무대야 등 온갖 쓰레기로 뒤덮힌 강물이 그의 4000여평 논을 덮쳐 수확량 절반을 손해봐야 했다.이곳에서 나고 자란 최 이장은 “여름철 빗소리만 들으면 가슴이 덜컹 내려 앉는다”며 “100㎜가 안되는 강우량에 해마다 비 피해를 입어야 쓰겠냐”고 허탈해했다.
영산강의 반복되는 홍수피해와 수질악화 문제는 풀릴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호남의 젖줄이라는 영산강의 수질은 4~5급수 수준이다.영산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광주천이 합류하는 상류의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은 ℓ당 7~8㎎으로 4급수다.하류로 내려가면 하수처리장 방류 지점의 BOD수치는 ℓ당 10㎎ 이하로 떨어져 5급수로 분류된다.5급수란 농업용수로도 부적합한 수질이다.한마디로 ‘쓸모없는 물’이다.지난해 배를 타고 강바닥 퇴적물을 걷어내는 캠페인에 참가했던 한 사회단체 관계자는 “강바닥의 쓰레기를 긁어낼 때마다 악취가 진동하는 것을 보고는 영산강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수질악화로 생태계도 크게 파괴됐다.환경부의 2008년 수생태계 건강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산강에 사는 어류는 총 38종으로 금강의 69종,낙동강의 58종에 비해 극히 적다.나주시 남평면 지석강 인근에서 강변매운탕집을 운영하는 김성모씨는 “쏘가리 장어 등 그많던 민물고기가 사라져 그물엔 배스 블루길 등 외래어종들만 올라온다”며 “과거 즐비했던 매운탕집들이 지금은 서너곳만 남았다”고 말했다.
영산강 수질이 4대강 중 가장 악화된 데에는 크게 3가지 요인이 작용했다.상류의 지천인 광주천에 오폐수가 유입되고,담양댐 장성댐 등 상류 4개댐 건설로 강물이 말라붙고 있으며,효과적인 수질관리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광주천 오염의 주범인 생활오폐수는 지금도 여과없이 그대로 영산강 상류로 흘러들고 있다.광주시는 2007년부터 생활오폐수의 광주천 유입을 막기 위해 하수관거정비사업에 나섰지만 막대한 예산 때문에 사업을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2013년까지 민자로 2847억원을 들여 추진하는 사업이어서 시가 부담해야할 이자만 280억원에 이른다.2단계로 2030년까지 1조9847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사업비를 투입해야 하지만 연간 3조원의 광주시 예산으로는 엄두를 내기 힘들다.
정회석 영산강유역환경청장은 “광주천은 수질개선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에만 맡겨두면 백년하청(百年何淸)일 수 밖에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광주시는 광주천 복원을 위해 작년 말까지 5년간 689억원을 투입했다.광주천내 하천시설을 정비해 경관과 생태기능을 되살리고 유수량을 늘려 수질을 개선하는 게 골자였다.이를 위해 펌프로 하루 14만t의 물을 상류로 되돌려보내 흐르게 했지만 이는 하류 유수량 부족을 가져와 오염을 가속화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영산강 오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4대강 사업을 반대해온 강운태 광주시장도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영산강살리기 7공구 사업에 대해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영산강살리기협의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최근 밝혔다.강시장은 “보건설이나 준설에 앞서 수질개선이 시급하기 때문“이라고 입장을 바꾼 배경을 설명했다.
광주=최성국/울산=하인식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