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월가의 '치마끝선 법칙'으로 본 내년 주가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파리 · 밀라노 · 런던 패션위크와 함께 세계 4대 패션쇼의 하나인 '뉴욕 패션위크'가 지난 9일부터 맨해튼 링컨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 행사는 그 어느 때보다 월가의 관심이 높다고 한다.
뜬금없이 패션쇼 얘기냐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증시 앞날을 예측할 때 '치마끝선 법칙(hemline theory)'이라는 것이 있다. 각종 패션쇼에서 여성 모델들이 입고 나오는 내년 유행할 치마의 길이가 전반적으로 짧아지면 증시 앞날이 밝다는 일종의 참고 지표다. 특히 매년 열리는 뉴욕 패션위크가 월가뿐 아니라 세계 증시 참가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생각해 볼 재테크 상식이 있다. 돈이 되는 정보란 남과 공유된 것이 아니라 차별돼야 한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흔히 인터넷상에서 얻은 정보를 믿고 주식에 투자하면 큰 돈을 벌지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어떤 정보든 인터넷에 한번 오르면 그 즉시 많은 사람이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정보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 경제학 전공자나 재테크 지식으로 무장한 전문가가 아닌 보통사람도 돈을 벌 여지가 있다는 의미도 된다.
유명한 일화를 들어 보자.1990년대 국내 굴지의 한 대기업 총수가 연말연시가 되자 계열사를 방문해 직원들에게 '앞으로 경기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물어본 적이 있다. 당시 총수의 질문에 답하는 종업원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고 한다.
한 부류는 평상시 경제와 주식투자에 관심이 높은 직원들로,마치 질문을 기다린 것처럼 자신있게 말했다고 한다. "예측기관들이 성장률을 올해 몇%에서 내년에는 몇%로 전망한 것으로 봐서 앞으로 경기가 이렇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했다. 현 시점에서 는 대부분의 예측기관이 올해 성장률을 5%대 후반에서 내년에는 4%대 후반으로 내다보는 점을 들어 앞으로 경기가 둔화된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른 부류는 평상시 경제와 주식에 대한 관심보다는 자신의 일에만 충실한 직원들로,느닷없이 이런 질문을 받자마자 당혹해했다. 이들은 한동안 곰곰이 생각하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답했다. "지금은 제 업무와 고객들이 보이는 성향을 감안할 때 과거 경기가 안 좋아질 당시 나타났던 현상과 비슷해 앞으로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런 답변은 경기가 좋을 때와 나쁠 때의 고객 성향 등에 대해 철저히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들어 놓을 만큼 자신의 일을 체계적으로 임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총수 입장에선 두 부류 중 어떤 대답을 원했을까. 분명한 것은 총수가 직원들의 경제지식을 알아보거나 당황하게 만들기 위해 질문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경영자라면 대부분 후자처럼 자기의 일을 얼마나 열정적으로 임하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그런 질문을 던질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 필요한 경기를 보는 안목도 자신의 일에 충실해 그 경험을 바탕으로 남과 구별되게 경기를 파악할 때 더 유용하다.
정보를 공유하면 돈이 될 확률이 줄어드는 증시 등 재테크 시장에서는 예측기관들이 발표한 전망치를 토대로 경기를 보면 외형상으로는 그럴듯하고 유식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예측기관의 경기전망은 발표되자마자 모든 매스컴을 통해 대부분의 사람이 알게 된다. 이런 정보를 이용해 주식 투자를 비롯한 재테크에 나선다면 평균 수준 이상의 큰 돈을 벌 가능성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재테크에 필요한 경제 안목은 경제학자들의 전문적인 지식이나 계량적인 예측 기법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일을 경기와 연관시켜 애착을 갖고 들여다보면 자연스럽게 얻어질 수도 있다. 당시 대기업 총수는 후자처럼 자신의 업무를 바탕으로 대답한 사람들을 특별 승진까지 시켰다고 한다.
주식투자에선 예측기관들의 경제전망뿐 아니라 '치마끝선 법칙'처럼 남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독특한 경기 · 주가 전망에 대한 참고 지표가 필요하다. 요즘 같은 슈퍼 자본주의 시대일수록 자신이 속한 직장에서 성공하는 일이 부자가 되는 지름길인 동시에 재테크를 잘하는 길이란 사실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 뉴욕 패션위크에서 모델들이 입고 나온 치마 길이가 전반적으로 짧아졌다고 한다. 종전 경험대로라면 내년에도 월가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밝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뉴욕 패션위크 행사명이 '리치 리치 2011년 봄 · 여름 컬렉션'인 것처럼 그동안 금융위기로 고생한 모든 투자자가 내년에는 주식투자 등 각종 재테크에서 성공을 거두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뜬금없이 패션쇼 얘기냐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증시 앞날을 예측할 때 '치마끝선 법칙(hemline theory)'이라는 것이 있다. 각종 패션쇼에서 여성 모델들이 입고 나오는 내년 유행할 치마의 길이가 전반적으로 짧아지면 증시 앞날이 밝다는 일종의 참고 지표다. 특히 매년 열리는 뉴욕 패션위크가 월가뿐 아니라 세계 증시 참가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생각해 볼 재테크 상식이 있다. 돈이 되는 정보란 남과 공유된 것이 아니라 차별돼야 한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흔히 인터넷상에서 얻은 정보를 믿고 주식에 투자하면 큰 돈을 벌지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어떤 정보든 인터넷에 한번 오르면 그 즉시 많은 사람이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정보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 경제학 전공자나 재테크 지식으로 무장한 전문가가 아닌 보통사람도 돈을 벌 여지가 있다는 의미도 된다.
유명한 일화를 들어 보자.1990년대 국내 굴지의 한 대기업 총수가 연말연시가 되자 계열사를 방문해 직원들에게 '앞으로 경기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물어본 적이 있다. 당시 총수의 질문에 답하는 종업원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고 한다.
한 부류는 평상시 경제와 주식투자에 관심이 높은 직원들로,마치 질문을 기다린 것처럼 자신있게 말했다고 한다. "예측기관들이 성장률을 올해 몇%에서 내년에는 몇%로 전망한 것으로 봐서 앞으로 경기가 이렇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했다. 현 시점에서 는 대부분의 예측기관이 올해 성장률을 5%대 후반에서 내년에는 4%대 후반으로 내다보는 점을 들어 앞으로 경기가 둔화된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른 부류는 평상시 경제와 주식에 대한 관심보다는 자신의 일에만 충실한 직원들로,느닷없이 이런 질문을 받자마자 당혹해했다. 이들은 한동안 곰곰이 생각하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답했다. "지금은 제 업무와 고객들이 보이는 성향을 감안할 때 과거 경기가 안 좋아질 당시 나타났던 현상과 비슷해 앞으로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런 답변은 경기가 좋을 때와 나쁠 때의 고객 성향 등에 대해 철저히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들어 놓을 만큼 자신의 일을 체계적으로 임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총수 입장에선 두 부류 중 어떤 대답을 원했을까. 분명한 것은 총수가 직원들의 경제지식을 알아보거나 당황하게 만들기 위해 질문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경영자라면 대부분 후자처럼 자기의 일을 얼마나 열정적으로 임하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그런 질문을 던질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 필요한 경기를 보는 안목도 자신의 일에 충실해 그 경험을 바탕으로 남과 구별되게 경기를 파악할 때 더 유용하다.
정보를 공유하면 돈이 될 확률이 줄어드는 증시 등 재테크 시장에서는 예측기관들이 발표한 전망치를 토대로 경기를 보면 외형상으로는 그럴듯하고 유식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예측기관의 경기전망은 발표되자마자 모든 매스컴을 통해 대부분의 사람이 알게 된다. 이런 정보를 이용해 주식 투자를 비롯한 재테크에 나선다면 평균 수준 이상의 큰 돈을 벌 가능성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재테크에 필요한 경제 안목은 경제학자들의 전문적인 지식이나 계량적인 예측 기법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일을 경기와 연관시켜 애착을 갖고 들여다보면 자연스럽게 얻어질 수도 있다. 당시 대기업 총수는 후자처럼 자신의 업무를 바탕으로 대답한 사람들을 특별 승진까지 시켰다고 한다.
주식투자에선 예측기관들의 경제전망뿐 아니라 '치마끝선 법칙'처럼 남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독특한 경기 · 주가 전망에 대한 참고 지표가 필요하다. 요즘 같은 슈퍼 자본주의 시대일수록 자신이 속한 직장에서 성공하는 일이 부자가 되는 지름길인 동시에 재테크를 잘하는 길이란 사실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 뉴욕 패션위크에서 모델들이 입고 나온 치마 길이가 전반적으로 짧아졌다고 한다. 종전 경험대로라면 내년에도 월가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밝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뉴욕 패션위크 행사명이 '리치 리치 2011년 봄 · 여름 컬렉션'인 것처럼 그동안 금융위기로 고생한 모든 투자자가 내년에는 주식투자 등 각종 재테크에서 성공을 거두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