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AFP에 따르면 국제결제은행(BIS)은 성명을 통해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이른바 ‘바젤 Ⅲ’로 불리는 은행 규제개혁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회의를 주재한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오늘 도출된 합의는 국제적으로 은행의 자본기준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그는 “강화된 자본기준은 장기적인 금융 안정과 성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 이라며 “은행들은 유예 기간을 통해 경제 회복을 지원하는 동시에 새로운 자본기준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합의된 국제자본 규제안은 당초 예상보다 완화된 것이긴 하지만 은행 산업 전체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이 크다.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도이체방크,얼라이드아이리시뱅크 등 유럽 대형은행들이 강화된 자본비율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선 증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실제로 도이체방크는 100억 달러의 증자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독일은행협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바젤Ⅲ 도입으로 독일 10대 은행이 1050억유로의 자금을 조달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씨티은행 고위 관계자는 최근 월가 투자자들에게 이같은 국제 규제가 도입되면 2011년까지 배당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바젤Ⅲ’에서는 자기자본 비율이 일정 수준을 밑돌면 배당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돼있다.
BOA와 PNC파이낸셜서비스그룹 등은 초대형 자산운용회사인 블랙록의 지분을 팔아야 하는 처지에 몰릴 수도 있다.은행들은 회계상 위험자산을 줄이기 위해 부외 자산 등을 가질 수도 없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기업이나 소비자들은 은행의 대출 여력 감소로 자금 빌리기가 어려워지고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일각에서는 강화된 은행 자본 규제가 세계 경제회복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바젤위원회는 은행 규제 강화가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어떤 근거도 없을 뿐 아니라 안정된 금융시스템이 오히려 전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번에 마련된 ‘바젤Ⅲ’ 규정은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비준을 받게 될 전망이다.은행자본 국제 기준을 마련해 온 바젤위원회가 ‘바젤Ⅲ’를 새로 마련하게 된 것은 G20 정상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새 규제안이 시행되려면 각국 정부의 비준이 필요하다.월스트리트저널은 2013년부터 시행에 들어가 완전 이행하기까지 적어도 5년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