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길진 칼럼] 진정한 인생의 성적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어떤 사람이 인생을 잘 살았는지 알려면 문상객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장례식에서 가족이나 친척 외에 서럽게 울어주는 친구가 셋만 있어도 그 사람은 인생을 헛살지는 않은 것이다.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달려올 수 있는 친구, 고민을 같이 걱정해주는 친구가 있다면 그 사람은 행복한 삶을 산 사람이다.
사람을 대할 때 남도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혼자만의 짝사랑일 때가 많다. 이해타산을 따지는 사람 속에서 한결같고 진정한 사람을 가까이 하기가 쉽지 않다. 힘 있고 돈이 있을 때는 달려오던 친구도, 자리에서 물러나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워지면 전화도 받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가슴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얼마 전 정년퇴임한 K씨는 자기 주위에 아무도 없음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30년 동안 회사를 위해 몸 바쳐 일했을 뿐 아니라 누구보다 부하직원을 사랑했다. 청년실업을 구제하기 위해 신입사원도 많이 뽑았고 사내 복지에도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회사를 그만두자 아무도 자신을 찾아주지 않았다.
K씨처럼 고위직 인사 가운데 말년에 찾아주는 사람 없이 쓸쓸하게 늙어가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유명인사라 주변에 사람이 항상 많을 것 같지만 명예와 재산이 사라지면 사람도 사라지는 모양이다. "정말 허무합니다. 다들 저를 보고 고개 숙여 인사했는데, 이제는 길거리에서 만나도 아는 척을 안 합니다."
그 말에 필자는 허탈하게 웃었다. 그는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다. 수 만 명의 직원들이 그에게 충성을 맹세했다지만 그것은 그의 지위를 보고 한 것이지 사람을 보고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는 높은 지위를 지키기 위해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임원직에 오르기 전, K씨는 농담을 잘하는 상사로 직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런데 임원이 되자 누군가 '체통을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는지 갑자기 무서운 사람으로 돌변했다. 그때부터 그를 좋아하던 직원들은 하나 둘 사라지고 언제부턴가 빨리 회사를 그만 뒀으면 하는 상사가 되어버렸다.
결정적으로 그는 직원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제가 얼마나 잘 해줬는데 이렇게 외면할 수 있습니까?" 그는 자신이 잘해준 것만큼 돌아오는 것이 없다며 몹시 화를 냈다.
순간 이런 말이 생각났다. 원수는 물에 흘려보내고 은혜는 바위에 새겨두라.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반대로 시행한다. 원수는 바위에 새겨두고 은혜는 물처럼 흘려보낸다. 그만큼 은혜는 잊기 쉬운 것이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은혜를 빨리 잊는다. 자신이 신세를 졌다, 빚을 졌다는 기분 자체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모르고 작게 베풀고 큰 은혜를 베푼 듯 허세를 떨면 그 순간 은혜는커녕 자신이 행한 작은 친절마저도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게다가 멀리 떨어져 있게 되면 더 빨리 잊어버린다.
"남에게 잘 해주면 그것으로 끝나야 합니다. 남에게 잘 해준 일들을 일일이 기억하지 마십시오. 그것이 훗날 원망의 씨앗이 됩니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생활 태도가 바뀌고, 생활 태도가 바뀌면 인생이 변하는 것이다. K씨는 지금까지 자신이 갖고 있던 생각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깨달은 것이다.
인복(人福)은 남이 결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과거 얼마나 높은 자리에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베풀되 대가를 바라지 말라. 마음을 비우면 다시 채워지게 되어 있다. 인생의 성적표는 사회적 성공과도 별개다. 내 마음처럼 울어 주는 친구가 셋 만 있다면 훌륭한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hooam.com/whoim.kr)
☞ 차길진 칼럼 더 보기
사람을 대할 때 남도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혼자만의 짝사랑일 때가 많다. 이해타산을 따지는 사람 속에서 한결같고 진정한 사람을 가까이 하기가 쉽지 않다. 힘 있고 돈이 있을 때는 달려오던 친구도, 자리에서 물러나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워지면 전화도 받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가슴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얼마 전 정년퇴임한 K씨는 자기 주위에 아무도 없음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30년 동안 회사를 위해 몸 바쳐 일했을 뿐 아니라 누구보다 부하직원을 사랑했다. 청년실업을 구제하기 위해 신입사원도 많이 뽑았고 사내 복지에도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회사를 그만두자 아무도 자신을 찾아주지 않았다.
K씨처럼 고위직 인사 가운데 말년에 찾아주는 사람 없이 쓸쓸하게 늙어가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유명인사라 주변에 사람이 항상 많을 것 같지만 명예와 재산이 사라지면 사람도 사라지는 모양이다. "정말 허무합니다. 다들 저를 보고 고개 숙여 인사했는데, 이제는 길거리에서 만나도 아는 척을 안 합니다."
그 말에 필자는 허탈하게 웃었다. 그는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다. 수 만 명의 직원들이 그에게 충성을 맹세했다지만 그것은 그의 지위를 보고 한 것이지 사람을 보고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는 높은 지위를 지키기 위해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임원직에 오르기 전, K씨는 농담을 잘하는 상사로 직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런데 임원이 되자 누군가 '체통을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는지 갑자기 무서운 사람으로 돌변했다. 그때부터 그를 좋아하던 직원들은 하나 둘 사라지고 언제부턴가 빨리 회사를 그만 뒀으면 하는 상사가 되어버렸다.
결정적으로 그는 직원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제가 얼마나 잘 해줬는데 이렇게 외면할 수 있습니까?" 그는 자신이 잘해준 것만큼 돌아오는 것이 없다며 몹시 화를 냈다.
순간 이런 말이 생각났다. 원수는 물에 흘려보내고 은혜는 바위에 새겨두라.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반대로 시행한다. 원수는 바위에 새겨두고 은혜는 물처럼 흘려보낸다. 그만큼 은혜는 잊기 쉬운 것이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은혜를 빨리 잊는다. 자신이 신세를 졌다, 빚을 졌다는 기분 자체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모르고 작게 베풀고 큰 은혜를 베푼 듯 허세를 떨면 그 순간 은혜는커녕 자신이 행한 작은 친절마저도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게다가 멀리 떨어져 있게 되면 더 빨리 잊어버린다.
"남에게 잘 해주면 그것으로 끝나야 합니다. 남에게 잘 해준 일들을 일일이 기억하지 마십시오. 그것이 훗날 원망의 씨앗이 됩니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생활 태도가 바뀌고, 생활 태도가 바뀌면 인생이 변하는 것이다. K씨는 지금까지 자신이 갖고 있던 생각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깨달은 것이다.
인복(人福)은 남이 결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과거 얼마나 높은 자리에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베풀되 대가를 바라지 말라. 마음을 비우면 다시 채워지게 되어 있다. 인생의 성적표는 사회적 성공과도 별개다. 내 마음처럼 울어 주는 친구가 셋 만 있다면 훌륭한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hooam.com/whoim.kr)
☞ 차길진 칼럼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