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제조업체들의 외식시장 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라면 음료 우유 장류 등 주요 식품업체들이 일본식 카레,딤섬,치킨,면요리 등의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식품시장이 '경쟁사 점유율 빼앗기' 식의 '레드오션'으로 변하자 업체들이 식품 관련 사업 중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작은 외식업에 주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50년 가까이 라면을 전문적으로 생산해온 삼양식품은 최근 면요리 전문점 '호면당'을 인수한 데 이어 매장 확대에 본격 나섰다. 인수 · 합병을 통해 지난달 호면당 매장 9개를 확보한 이 회사는 서울 길음동 현대백화점 미아점 안에 10호점 개설을 추진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13일 "먼저 삼양식품 본사(하월곡동) 근처에 매장을 개설하기로 하고 현대백화점 미아점 입점 준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매일유업은 다(多) 브랜드 전략으로 외식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일본 양식 레스토랑 '만텐보시'와 딤섬 전문점 '크리스탈 제이드 딤섬'을 고양시 일산에서 새로 선보이며 외식 브랜드 수를 6개로 늘렸다. 인도 요리 레스토랑 '달(Dal)',유럽풍 샌드위치 카페 '부첼라' 등을 운영 중인 매일유업의 전체 외식 매장 수도 21개로 늘어났다. 회사 관계자는 "당분간 모든 매장을 직영하면서 외식사업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일본식 카레 레스토랑인 '코코이찌방야'를 운영 중인 농심은 직영점과 별도로 가맹점 사업도 벌일 예정이다. 최근 서울 청량리민자역사 안에 7호점을 오픈한 이 회사는 지난 3년간 서울 강남점 종로점 명동점 대학로점 등을 운영하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크게 높아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장류 전문업체인 신송산업은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에 나섰다. 24년 동안 장류 제품을 만들어온 이 회사는 '오꼬꼬'라는 브랜드로 올해 서울 서초동과 도곡동 등에 4개의 직영점을 연 데 이어 최근 가맹점 모집에 들어갔다. 회사 관계자는 "연말까지 서울과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100개 프랜차이즈점을 낼 계획"이라며 "'배달온도 보증시스템' 등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내년엔 프랜차이즈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커피음료 브랜드 '칸타타'를 앞세워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카페칸타타' 가맹사업을 진행 중이다. 고속도로 휴게소 등을 중심으로 70여개의 점포를 운영 중인 이 회사는 2012년까지 가맹점 200개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밖에 남양유업은 이탈리아 음식점 '일치프리아니' 점포 4개를,한국야쿠르트는 디저트 카페 '코코부르니'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식품업체들이 외식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는 것은 신사업 발굴과 함께 기존 주력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삼양식품은 다양한 면을 호면당에 공급하면서 호면당의 고급 면요리 가운데 대중화할 수 있는 메뉴를 찾아낸다는 방침이다. 매일유업은 인도 요리 레스토랑 '달'에서 선보였던 인도 전통 요구르트인 라시를 '라씨'라는 브랜드로 상품화했다.

김진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외식사업은 식품에다 서비스가 더해진 것으로 식품업체들엔 진출하기 쉬우면서도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분야"라며 "주요 식품시장이 포화상태여서 식품 제조사들의 외식시장 진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