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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미술사, 이젠 높은 곳서 전체를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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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미술사 강의' 출간한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선생님,《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같은 책은 나중에 쓰시고 '나의 한국미술사 강의'를 먼저 쓰시면 안 됩니까?"

    지난해 9월,학기 초에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전 문화재청장 · 사진)가 학생들과 면담하는 자리에서였다. "미술사학과에 들어와보니 어떠냐"는 질문에 한 학생이 "맨땅을 헤집고 돌아다닌 기분"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미술사'라는 산을 오르기 위한 길잡이 책이라도 있었으면 그토록 헤매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대학원생들에게 물어봐도 마찬가지였다.

    충격을 받은 유 교수는 대학원 세미나의 주제를 '한국미술사의 통사적 개관'으로 정해 선사시대부터 발해까지 목차를 짜놓고 강의를 시작했다. 매주 200자 원고지 100여장 분량의 원고를 써서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유물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하는 강의는 기말시험 기간을 훨씬 넘긴 지난해 12월 말에야 끝났다.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1》(눌와 펴냄)은 이 강의 내용을 다듬고 분야별 전문가들의 비판적 교열을 거쳐 내놓은 책이다.

    "한국미술사의 제2세대들에 의해 이뤄진 1980~1990년대의 분야사 연구는 한 분야가 다른 분야를 넘보기 힘들 정도로 장르마다 깊은 전문성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각 분야사 연구자들이 공저 형식으로 펴내는 한국미술사 통사(通史)들도 나오고 있고요. 그러나 미술사의 진정한 통사는 각 분야사를 단순히 합쳐놓은 것 이상이어야 합니다. 분야사 연구의 모든 성과를 아우르면서 일관된 미술사관에 입각해 서술해야 하니까요. 그런 점에서 1969년 김원용 선생(전 서울대 교수)이 펴낸 《한국미술사》 이후 제대로 된 통사는 없다고 봐야죠."

    그는 "분야사의 골이 깊어질수록 통사의 길은 점점 멀어졌다"고 그 이유를 진단한다. 저마다 익숙한 저공비행에 몰두할 뿐 아무도 '위험스런' 고공비행은 시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일대가 펴내는 세계미술사 시리즈인 '펠리칸 미술사'나 영국 템스앤드허드슨사의 '미술의 역사'가 각 나라의 미술사를 거의 다 망라하고 있지만 아직 한국 미술사는 다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김원용의 《한국미술사》 이후 40여년 만의 한국미술사 쓰기에 나선 그는 통상적인 미술사보다는 '미술사 이야기'를 지향한다. 건축 · 조각 · 회화 · 공예 순으로 기술되는 통상적인 미술사와 달리 선사시대부터 발해까지를 12가지 주제로 묶었다.

    미술사 입문서는 박물관 관람과 현장 답사의 지침이 돼야 한다는 뜻에서 기존 미술사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고고학 분야와 산성,금석문에도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특히 세심하게 고른 400여장의 도판은 그 자체로 미술사의 흐름을 짐작하게 한다.

    유 교수는 통일신라와 고려시대를 다룬 두 번째 책을 내년 봄 출간하는 데 이어 2012년 가을엔 조선시대를 다룬 세 번째 책을 내 《한국미술사 강의》를 완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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