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대통령실장과 백용호 정책실장 투톱 체제가 출범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첫 작품인 '8 · 8 개각'이 김태호 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들의 낙마로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이 도마에 오르는 등 시련을 맞기도 했지만 내부 팀워크가 본격 가동되면서 새 체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임 실장이 국정의 그랜드 디자이너라면 백 실장은 정책의 총 사령탑으로 자리매김했다.

◆대통령 복심 중 복심

대통령실장과 정책실장의 역할은 모호하다. 대통령실장은 대통령실 전반을 총괄하고 정책실장은 경제와 고용복지,교육문화수석실과 정책기획관을 직할로 두고 있다. 청와대 조직의 절반을 담당한다. 겹치는 부분이 많아 자칫 업무에 혼선이 생길 수 있는 구조다.

그렇지만 임-백 실장은 뚜렷한 역할 분담을 통해 호흡을 맞추고 있다. 임 실장이 국정 운영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 백 실장은 정책 '콘텐츠' 생산을 책임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임 실장이 정책에 정무 색채를 입혀 큰 그림을 그리는 '그랜드 디자이너'라면 백 실장은 거시경제와 4대강을 비롯한 핵심 국정 아젠다,복지,교육,노동 등 정책 전반을 아우르며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실장이 정책과 정무를 융합해 이명박 정부 후반기 국정 운영의 틀을 만들고 있고 백 실장은 그 바탕을 충실하게 채워주는 데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주회사 회장(임 실장)과 핵심 계열사 대표(백 실장) 관계에 비유하면 적당할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대선 과정에서 막역한 친분을 쌓았다. 두 사람은 1956년생 동갑내기다. 임 실장은 후보 비서실장이었고,백 실장은 대선공약을 생산하는 바른정책연구소장이었다. 이 대통령이 당선한 뒤엔 임 실장은 당선인 비서실장,백 실장은 경제1분과 인수위원으로 한솥밥을 먹었다. 두 사람 모두 이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국정 운영 방향을 누구보다 잘 아는 복심 중 복심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서민정책을 이끄는 쌍두마차

두 사람은 '친서민 코드'로 통한다. 취임 직후부터 친서민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임 실장과 백 실장은 모두 내정 직후 일성으로 서민과 소통,화합을 강조했다.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국민경제대책회의로 바꾼 것은 상징적 의미가 있다. 친서민에 좀 더 방점을 두겠다는 포석으로 임 실장과 백실장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다.

임 실장은 이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핵심 국정 기조로 제시한 공정한 사회의 틀을 제공했다.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 시절 당 정책 방향의 주제어로 제시한 '공정'을 국정 운영 테마로 확대 개편했다. 이 과정에서 백 실장과 긴밀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한다. 백 실장은 취임 직후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중심의 부동산 대책 발표 연기 과정에서 주도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임 실장이 동조했다. 자칫 친서민 행보에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세련된 방안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고 한다.

과제도 적지 않다. 여전히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는 공정 사회를 안착시켜야 한다. 총리와 장관 후보자 인선을 매끄럽게 마무리해야 하는 부담도 크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