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 8일 중소기업 대표들을 만난 데 이어 어제는 대기업 총수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들에 대해서도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면서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대기업의 역할을 주문했다. 이를 위한 조치를 법과 제도로 규정할 경우 기업의욕을 꺾을 수 있는 만큼 기업문화를 바꿔야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타당한 지적이다.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공정사회의 가치와 이념이 기업 현장에서 뿌리내리도록 하는 게 시급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법으로 강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납품단가 후려치기,어음 결제,기술 빼앗아가기 등의 불공정 관행도 문제가 드러날 경우 법대로 처벌하면 된다지만 그 이전에 대기업 스스로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실천이 뒷받침돼야만 지속적인 상생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소 하청업체들을 대하는 기업 문화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이 대통령의 판단인 것 같다. 이 대통령이 총수들의 관심을 촉구한 것만 보아도 그렇다. 전문 경영인들이 실적에 쫓겨 불공정 거래 유혹에 빠지기 쉬운 만큼 총수들이 상생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다. 사실 협력단계가 2차,3차로 복잡해질수록 대기업들이 직접 챙기기 어렵고 그 속에서 하청구조가 왜곡돼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이 늘어난다. 총수들이 이런 데 보다 많은 관심을 갖는다면 불공정 관행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게 틀림없다.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전경련이 그동안 1차 협력사 위주로 진행되던 자금지원,기술개발, 품질관리,인력양성 등 협력 프로그램을 2차,3차로 확대하는 것을 포함한 대 · 중기 동반 성장을 위한 5대 과제를 중점 추진키로 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중기 지원을 위한 대기업의 이 같은 다짐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기업 문화로 정착돼야 함은 물론이다. 다만 대기업 때문에 중소기업이 안된다거나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책임을 모두 대기업의 탓으로 돌리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는 상생의 근본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점에서 마땅히 경계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