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 1800선을 돌파한 증시에서 철강 · 조선 · 정유주가 '신(新)트로이카'로 떠오르며 추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 지난 주말 발표된 중국 경기지표들이 예상보다 양호함에 따라 중국 경기 변화에 민감한 이들 종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요 회복에 따른 업황 턴어라운드 기대로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도 연일 유입되고 있어 당분간 이들 업종이 주도주로 떠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대중공업 · 에쓰오일 신고가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이 30만원으로 6.01%(1만7000원) 급등한 것을 비롯해 현대미포조선 대우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등 주요 조선주가 동반 강세를 보이며 연중 최고가를 경신했다. 조선주에 더해 현대차(4.73%) 기아차(3.72%) 등 자동차주도 뜀박질하며 운수장비업종 지수는 2077.57로 지난 주말 대비 4.82% 치솟았다. 현대제철(2.62%) 세아베스틸(2.23%) 에쓰오일(1.60%) SK에너지(1.09%) 등도 나란히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날 52주 신고가를 새로 쓴 39개(우선주 · 상장지수펀드 제외) 종목 중 12개가 조선 · 철강 · 정유주였다.

이들 3대 업종의 강세로 이날 코스피지수는 시가총액 비중이 큰 정보기술(IT)주의 동반 하락에도 16.28포인트(0.90%) 오른 1818.86으로 거래를 마쳤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의 지난달 경기지표가 생각보다 좋고 유동성 지표가 개선되기 시작하면서 중국 관련주들이 주도주의 빈 자리를 메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내달께 중국의 경기선행지수가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며 그간 뜸했던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유입돼 주가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외국인은 이날 순매수액(6876억원)의 절반 이상을 화학(1194억원) 운수장비(1097억원) 업종에 집중시켰다. 기관은 사흘 만에 매도 우위로 돌아섰지만 운수장비(848억원)와 철강(571억원)은 적극 사들였다.

◆업황 개선 힘입어 강세 지속

미국 경기를 둘러싼 '더블딥'(일시 회복 후 재침체) 논란이 가시지 않은 상황이어서 당분간 중국 관련주의 상대적 강세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정유 · 화학 업종은 이익 모멘텀이 뛰어난 데다 조선 철강은 단기 업황 개선이 기대돼 주목된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당장 뚜렷한 주도주가 나오기 힘들어 투자자들이 업황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중국 업체들의 감산에 따른 철강주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경기선행지수의 반등은 소비보다 설비투자에 의해 주도될 것"이라며 "지금은 소비 관련주보다 소재와 조선 등 투자와 관련된 종목에 관심을 가질 때"라고 조언했다.

조선과 철강 등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안승원 UBS증권 전무는 "경기가 저점을 지나고 있다는 공감대가 생겨나면서 선제적 대응에 나선 외국인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중국 모멘텀에 주목하고 있다"며 "IT 등 선진국 수요와 관련된 업종에 대해선 아직 경계심을 풀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강지연/서보미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