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3일 대기업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 자발적 상생에 적극 나서 달라고 주문했고 기업 총수들은 중소기업과 상생 및 동반성장을 하기 위한 제도를 갖춰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단순 지원에 그치지 않고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기술 확보,해외시장 판로 개척 등 다양한 부문에서 상생의 노력을 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지금 우리는 경제 대국으로 가느냐,못 가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데 이런 때일수록 경제계의 책임이 막중함을 느끼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 협력업체가 함께 성장하는 것은 대기업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를 건전하게 발전시키는 데도 필요한 일이다. 사실 대기업이 일류가 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먼저 일류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생각을 갖고 지난 30년간 협력업체를 챙겨 왔는데 협력업체 단계가 2,3차로 복잡해지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 앞으로 2,3차 협력업체까지 포함해서 좀 더 무겁게 생각하고 세밀하게 챙겨 동반 성장을 위한 제도나 인프라를 만들어가도록 하겠다. 나아가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고 우리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 이달 말 계열사 사장들과 1,2차 협력업체들의 공동 워크숍을 개최할 계획이다.

◆정몽구 현대 · 기아차 회장=협력업체들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술과학 및 경쟁력 강화 부문의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김승연 한화 회장=최근 처음으로 납품업체들을 돌아봤다. 서류나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기계나 설비 등에서 자금 압박이 있었고 은행에서 돈을 잘 빌려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회사 신용으로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면 되지만 멀리 가려면 우리가 협력업체와 함께 가야 한다. 전문경영인들은 월급쟁이라 이런(동반성장) 일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 사장단 인사고과에 협력업체를 지원한 실적을 고려하겠다. 협력업체라 하지 않고 그룹 계열사라 생각하고 관리하겠다. 직접 방문해 보니 우리 직원들보다 더 애사심이 있었다.

◆민계식 현대중공업 회장=현대중공업이 잘되는 게 협력사가 잘되는 것이고,협력사가 잘되는 게 현대중공업이 잘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협력사들이 이런 이념을 공유하고 있다.

◆강덕수 STX 회장=협력회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겠다. 10년 전부터 조선소를 직접 운영하면서 실적 없는 제품이라도 엄격한 품질 심사를 통해 협력업체들에 납품기회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조양호 한진 회장=우수 업체들에 대해 해외 파트너 물색과 해외 기술 연수를 지원하겠다.

◆최태원 SK 회장=협력사들에 교육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겠다. 공동기술 개발에도 주력할 생각이다. 기존의 상생 인턴십 제도가 성공을 못했는데 이를 보완하겠다.

◆구본무 LG 회장=중소기업들이 미래를 위한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면서도 어려움을 겪는 주된 이유는 향후 시장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LG가 추진하는 사업에 유능한 중소기업을 참여시켜 기술 파트너로 육성할 계획이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대 · 중소기업 간 대화와 소통을 통해 신뢰 문화를 뿌리 내리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기업들이 진정성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올 하반기 4520명을 채용하려다가 1000명 더 늘렸다.

◆이석채 KT 회장=기업 현장에 와 보니 실무진에도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실무진이 오랫동안 '갑을 문화'에 젖어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져오면 위험부담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그리고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미국의 실리콘밸리 같은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박용현 두산 회장=상생협력 방안을 지원하기 위해 그룹 회장 직속으로 상생 운영팀을 가동하고 있다. 계열사 직속으로 상생팀도 운영할 계획이다.

◆허창수 GS 회장=GS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소 협력업체들이 국내시장의 판로 개척뿐만 아니라 해외 판매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대기업의 추진 과제들이 1회성에 그치지 않고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대기업들이 동반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국민들도 과거와 다른 눈으로 대기업을 볼 것이다. 여기 계신 대기업 총수들이 마음먹으면 그것 하나 못하겠는가. 동반 성장을 위해선 현장의 인간적인 대화가 매우 중요하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정말 한번 손을 잡는 기회를 갖도록 하자.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