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3일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서로 동반 성장하자고 하지만 모든 걸 규정이나 법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기업 총수들이 자발적 상생을 직접 챙겨줄 것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대기업 회장들과 가진 조찬간담회에서 이같이 강조하고 "(강제 규정은) 창의력을 떨어뜨리고 의욕을 낮출 수 있으므로 인식을 바꿔 기업문화를 보다 전향적으로 해보자"며 이같이 주문했다. 이에 대해 대기업 총수들은 1차 협력업체는 물론 2,3차 협력업체들과의 동반 성장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가 회복되면서 정부가 가장 고충을 느끼는 것은 서민들의 일자리 창출이 안 된다는 점"이라며 "대 · 중소기업 협력을 통해 중소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하자"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열심히 일해 돈을 버는 기업인들은 자기네 때문에 세상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식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며 "힘있는 사람,가진 쪽에서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도 "대기업 이미지가 국가에 기여하는 것에 비해 우리 사회가 (대기업에 대해) 너무 인색하다"며 "그러나 인식을 바꾸려면 기업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 기조인 '공정한 사회'와 관련，"사정과 연결되는 것 아니냐는데 그런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다"며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공정 사회와 맞지 않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생각이 전혀 없다"며 "나는 정치에 무슨 생각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고 아직도 (나는) 기업 마인드지，정치 마인드가 아니다"고 밝혔다.

대기업 회장들은 간담회에서 2,3차 협력사까지 포함,중소기업과 상생 및 동반 성장을 위해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하는 등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2,3차 협력업체까지 세밀하게 챙기겠다"고 밝혔고,정몽구 현대 · 기아자동차 회장은 "협력업체들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술과학 및 경쟁력 부문의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무 LG 회장은 "주요 사업에 유능한 중소기업을 참여시켜 기술 파트너로 육성하겠다"는 뜻을 나타냈고,최태원 SK 회장은 "협력사들에 교육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고 공동 기술개발에도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대기업 총수 12명이 참석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