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영 대우증권 사장은 지난 6일 우리금융 매각주관사 선정을 위한 예금보험공사의 프레젠테이션(업무능력) 심사에 프로젝트팀장으로 직접 참가했다. 그는 전략설명회가 끝난 뒤 쏟아지는 심사위원들의 질문에 적극 답변하며 주관사 계약을 따내기 위한 업무 전반을 진두지휘했다. 대우증권은 예상을 뒤엎고 삼성증권,JP모건과 함께 우리금융 매각 주관사로 최종 선정됐다.

대우증권이 따낸 지난해 하이닉스 유상증자와 올 상반기 대한생명 기업공개(IPO) 등 굵직한 '딜'의 배후에는 이처럼 발로 뛰는 임 사장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작년 6월 취임 이후 1년3개월 동안 조직개편과 혁신활동을 통해 안정된 국내 수익구조와 해외영업 강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임 사장은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누구도 해낸 적 없는 성취란,누구도 시도한 적이 없는 방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말처럼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정신이야말로 아시아 대표 IB로 도약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게 그의 철학이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로는 해외 왕래도 잦고 활동력이 남다릅니다.

"지금은 금융이 세계 경제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시대입니다. 기존에 해 왔던 대로 국내에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영업만 할 것이라면 CEO의 역할이 크게 필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산관리부터 트레이딩,해외사업에 이르기까지 CEO가 챙겨야 할 업무가 다양해졌습니다. 특히 후발주자로 글로벌 IB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CEO 스스로가 유목민처럼 발로 뛰어다녀야 합니다. 자꾸 충격을 주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야 조직 전체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

▼우리금융 매각 주관사 계약을 따내기 위해 직접 실무진으로 참여했습니다.

"우리금융 매각은 이해 관계자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국가적인 딜입니다. 시가총액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감안하면 전체 규모가 15조~16조원에 달해 국내 금융 역사상 가장 큰 인수 · 합병(M&A) 사례가 될 것입니다. 그만큼 주관사가 져야 할 의무와 책임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대표로서 관리만 할 게 아니라 당연히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물론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매각 주관사로 선정된 것이 대우증권에는 큰 자산이 될 겁니다. 해외에서 글로벌 IB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쟁하기 위해선 더욱 많은 경험이 필요합니다. 이번 딜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면 향후 해외에서 영업하는 데도 큰 무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취임 이후 해외사업을 특히 강조하고 있는데,어떤 구상을 갖고 있습니까.

"국내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금융회사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수익구조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트레이딩이든 IB든 해외에서 찾을 수 있는 기회는 많습니다. 이미 국내 주요 기업들이 해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고,주식 채권 외환 등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은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직원 몇 명이 앉아 주식 세일즈나 하고 주문을 받는 지금과 같은 수준에 그쳐선 안 됩니다. 아시아 허브로 육성하고 있는 홍콩법인 인력을 현재 20명 수준에서 연말까지 2배 이상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5% 내외에 불과한 해외부문 수익비중을 향후 최대 20~30% 선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

▼최근 글로벌 IB 수준의 트레이딩센터를 새로 개설했는데 어떤 의미입니까.

"JP모건이나 도이체방크는 직접투자를 통해서도 많은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아직 글로벌 IB들에 미치지 못하지만 300명의 트레이더들이 리테일 인력 2000명이 벌어들이는 것과 맞먹는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이는 그만큼 수익구조가 다양화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운용부문에서 제대로 이익을 내려면 시스템적인 지원이 필수입니다. 지난 3년간 인프라 구축에만 100억원 이상 투자했고,앞으로도 계속 투자를 늘려나갈 생각입니다.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 흩어져 있던 운용인력을 한데 모아놓은 결과 정보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이종(異種) 자산을 접목한 하이브리드 상품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펀드에서 자문형 랩으로 흘러간 자금이 결국은 헤지펀드 쪽으로 이동하게 될 텐데,이에 대비해 운용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

▼영업점 7곳을 통 · 폐합하기로 했는데,브로커리지 부문을 줄이겠다는 의미입니까.

"절대 그런 의미는 아닙니다. 증권사들은 지점이 늘어나면 외형도 함께 늘어 좀처럼 지점을 줄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덩치보다는 효율성이 더 중요합니다. 상권이 쇠퇴한 지역은 지점을 줄였지만 서울 강남에는 지난해에만 6개 점포를 열었습니다. 막무가내식 확장보다는 압축하고 집중하는 전략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산은지주로 편입된 지도 1년이 돼 가는데,그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습니까.

"기업금융에 강한 산업은행과 만나 서로 소통하면서 예상보다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은행의 달러채권 발행 등 IB부문에서 특히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고객 정보를 공유하고,함께 상품도 개발하는 등 서로에게 새로운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좋은 창구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대우증권은 고유 브랜드도 강하지만 산은지주 계열사라는 새로운 날개를 하나 더 얻은 셈입니다. 앞으로도 산은지주와의 협력관계는 대우증권이 글로벌 IB로 도약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

▼오는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비즈니스 서밋'에 금융투자업계 대표로 참석하게 됐는데요.

"국제회의 경험이 많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참석 예정인 금융아젠다 워킹그룹에서는 출구전략 등과 관련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각국이 위기에 공동 대처하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고는 있지만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라 어느 한쪽이 앞서 나가게 되면 균형이 깨져 오히려 더 큰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

글=강지연/사진=허문찬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