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한지 2년이 지난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의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금융 위기 재발에 대한 불안으로 안전 자산인 금과 채권에 투자가 몰리는 반면 주식시장은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또 글로벌 자금이 위기 이후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신흥시장에 유입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금융위기 발발 2주년을 맞아 ‘리먼파산 후 새로운 세계’라는 기사를 통해 위기 전후 금융시장의 변화상을 이같이 분석,보도했다.투자자들 사이에 믿을만한 수입원을 찾는 추세가 커지면서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와 투기 등급의 ‘정크본드’ 모두에 돈이 몰리는 경향이 강해졌다.‘채권 거품’을 우려하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각국 주식시장은 리먼이 파산을 신청한 2008년 9월15일 이후 발생한 손실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다우지수는 위기 전 보다 900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특히 위기의 진앙으로 지목된 미국 금융주는 2년 전보다 3분의 1이나 낮은 수준이다.

자금이 선진국 증시에서 신흥시장으로 유입되는 현상도 가속화됐다.

펀드 리서치 업체인 EPFR글로벌에 따르면 2008년 8월 이후 선진국 주식에서 2030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당시 선진국 주식자금의 전체 규모인 2조4000억달러의 8.5%에 달하는 수준이다.대신 그동안 위험이 크다고 인식돼온 신흥시장으로 자금이 몰렸다. 선진국과 달리 부채 수준이 낮고 위기 기간 동안에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2008년 9월12일 이후 브라질 보베스파지수가 27% 상승했고,상하이지수는 28% 올랐다.신흥시장 주식에 유입된 자금은 830억달러에 달했다.

대표적 안전 자산인 금에도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금융위기 재발 가능성에 대비해 ‘보험’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장기 인플레이션 가능성과 저금리 등의 이유까지 겹치면서 금 가격은 64%나 치솟았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