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은 증권업계에서 '증권 사관학교'로 통한다. 지난 40년간 자본시장의 인재 양성소 역할을 하며 증권업계 발전을 주도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대표이사로 16년간(1983~1999년) 재직한 김창희 전 사장 시절은 대우증권의 황금기였다. 당시 강창희 부장(현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 · 부회장),황건호 부장(현 금융투자협회장)은 각각 초대 도쿄사무소장과 뉴욕사무소장을 맡아 증권업계 국제화의 개척자 역할을 했다.

1999년 대우 사태로 그룹이 해체되면서 대우증권 임직원들이 증권업계로 뿔뿔이 흩어졌지만 잇따라 요직에 올라 '사관학교'라는 별칭을 얻게 됐다. 지금도 10명이 증권 ·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로 재직 중이다. 또 리서치 부문도 뚜렷한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 현재 6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이 대우증권 출신이다.


◆김창희씨,사장 다섯 차례 연임

대우증권의 전신인 동양증권은 1970년 출범해 삼보증권을 합병하기까지 13년간 초대 김종수씨 등 7명의 사장이 회사를 이끌었다. 2대 조원기 사장에 이어 1977년 사장을 맡은 홍인기씨는 동서증권 사장,산업증권 사장을 거쳐 1993년 증권거래소 이사장까지 올랐다. 중소형사였던 동양증권은 1983년 삼보증권을 흡수 합병하면서 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다섯 차례나 연임한 김창희 전 사장은 대우증권을 증권업계 부동의 1위로 올려놨다. '김핏대'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다혈질이었지만 과감한 일 처리와 추진력으로 고속 성장을 이끈 장본인이다. 배후엔 경기고,연세대 경제학과 동창인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사장은 현재 대우증권 퇴직 임원들의 모임인 '큰산회' 회장을 맡고 있다. 박종수 전 사장은 대우그룹 해체로 어려움에 처한 1999년 대표이사에 올라 혼란기의 회사를 조기에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년 넘게 도쿄사무소장으로 일한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사장은 대우증권 사장으로 재임했던 3년간 자기자본을 2배로 불려 재도약의 기반을 다졌다.

◆금융투자업계 현직 CEO만 10명

당시 김창희 전 사장 아래 국제부에서 근무하던 인사들은 국제감각과 선진 금융기법을 터득하며 증권업계 CEO에 잇따라 올랐다. 황건호 회장을 비롯 강창희 소장(전 현대투자신탁 사장),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손복조 사장,김석중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사장 등이 모두 국제부 출신이다. 유상호 사장은 런던법인 부사장을 지낸 '국제통'이다.

이 밖에 대우증권 사장을 지낸 박종수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과 김기범 전 메리츠증권 사장은 대우증권 헝가리은행장을 거쳤다. 김석중 사장은 "대우증권은 모그룹의 세계경영에 발맞춰 업계 최초로 해외로 본격 진출했고 국제감각을 갖춘 인재들을 대거 채용해 투자은행(IB)의 기반을 다졌다"고 설명했다.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과 나효승 유진투자증권 사장,정유신 한국스탠다드차타드증권 사장 등은 IB 또는 자산관리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다. 특히 IB 1세대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정영채 우리투자증권 IB사업부 대표는 대우증권에서 기업공개(IPO)부장을 지냈다.

자산운용업계에선 김석중 사장을 비롯 김호경 산은자산운용 사장,최홍 ING자산운용 사장 등이 활약하고 있다. 자문업계에도 이병익 오크우드투자자문 사장,전동배 LIG투자자문 사장 등이 대우증권 출신이다.

◆리서치 부문도 막강 파워

대우증권은 리서치 분야에서도 사관학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비롯 이종승(NH투자증권) 조용준(신영증권) 조익재(하이투자증권) 임진균(IBK투자증권) 김승현(토러스투자증권) 등 6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이 대우증권 출신이다. 또 류근성 애플투자증권 사장도 리서치센터 출신이다

증권가에서 1세대 애널리스트로 꼽히는 신성호 우리투자증권 상품전략본부장(전무),홍성국 대우증권 홀세일사업본부장(전무), 전병서 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등도 대우 리서치센터장을 거쳤다. 이종우 센터장은 "입사 후 5년 이상 치밀한 도제식 교육을 받으며 애널리스트의 기초를 다졌다"며 "대우 사태로 인해 회사를 떠난 인재들이 업계에 폭넓게 포진해 있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