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차량 작년보다 100대 늘려…과일값 올라 정육세트가 더 많아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주말,롯데백화점 서울 소공동 본점 지하 2층 검품장.오전 7시인데도 분주하게 돌아갔다. 추석을 앞두고 선물 배송을 위해 본점 '신속배송팀'이 가동된 날이어서 행선지별로 배송 인력과 차량에 물품을 분배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 백화점은 신선도 유지와 상품 변형 방지를 위해 점포별로 자체 배송하는 신속배송팀을 꾸려 정육,과일,도자기 등 상품을 취급했다. 남태홍 본점 지원팀장은 "경기 호조에 힘입어 본점 신속배송 물량이 지난해 1만3000건에서 올해는 1만6500건으로 27%가량 증가했다"며 "이번 시즌 총 배송차량도 지난해 426대에서 520대로 늘렸고,인원도 429명에서 520명으로 늘려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속배송팀에 합류한 이날 30여분 동안 고객응대 매뉴얼과 배송요령 교육이 진행됐다. 고객 입장이었을 때는 간단하게 생각했지만,막상 택배원이 돼 보니 익혀야 할 세세한 매뉴얼들이 많았다. 로고가 새겨진 연두색 조끼를 입고 배송 리스트,장갑,우비와 함께 아침식사로 빵과 우유를 받은 후 본격적인 배송작업을 시작했다.

검품장 지하 주차장의 배송차량 23대 옆에는 배송할 물건들이 쌓여 있었다. 추석시즌을 앞두고 특별히 고용된 베테랑 화물용달 운전기사와 배송 아르바이트생 등이 한 조를 이뤘다. 이날 배송할 물량은 총 550개.추석 1주일 전인 15일께는 2400건으로 네배 이상 늘어난다는 게 남 팀장의 설명이다.

이상혁 롯데 본점 신입사원과 한조를 이뤘다. 할당된 배송품은 과일,정육,곶감,햄 등 16건.크기와 무게가 비슷해 직접 운반하는 데 어려움은 없어 보였다. 카니발 차량에 차곡차곡 배송품을 싣고선 곳곳에 드라이아이스로 채웠다. 운전을 맡은 노순배씨는 "이번 추석시즌은 무더위가 여전하기 때문에 온도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며 "비가 많이 와서 과일값이 올라 비상이라던데 이번 추석에는 16개 배송품 가운데 과일은 3개뿐이고,정육이 10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출발 전 노씨는 순식간에 배송 동선을 짠 후 배송 초보자인 기자와 이상혁 사원에게 당부했다. "리스트에 적혀 있는 배송 제품,고객 이름과 실제 제품이 일치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돼요. 추석 1주일 전에는 40개씩 배정되는데 실수가 없어야 신속하게 끝낼 수 있거든요. "

이날은 서울 성동구와 성북구를 거쳐 중랑구 일대를 도는 일정이었다. 첫 배송지인 옥수동을 향해 검품장 주차장을 빠져나오니 오전 9시,다행히 비가 잦아들었다. 노씨는 "오늘 코스는 복잡하기 때문에 '팀워크'가 중요할 것 같다"며 "각자 맡은 역할을 신속하게 해내면 3시까지는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목적지 가까이 오자 휴대폰으로 방문 확인 전화를 걸었다. "강신욱 고객님 댁인가요? 롯데 본점 신속배송팀입니다. 추석선물을 배송하기 위해 15분 뒤 도착할 예정입니다. " 주소지를 찾기 쉬운 아파트인 데다 마침 고객이 집에 있어 배송작업이 수월하게 돌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주택이 밀집해 있는 성북동에서 난관을 맞았다. 내비게이션마저 복잡한 골목길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상혁 사원이 아이폰으로 재빨리 지도를 찾아 목적지를 확인했다. 경사가 가파른 구간에 이르자 무거운 짐이 실린 차가 힘을 받지 못해 뒤로 밀렸다. 노씨는 능숙한 운전 솜씨로 좁은 골목길을 돌아 우회했다.

다음 행선지인 정릉.도로가 좁아 카니발 차량이 다닐 수가 없었다. 정확한 위치를 묻기 위해 전화를 3통이나 했지만 계속 통화중이었다. 노씨는 "한집 한집 주소를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며 "세 갈래 골목으로 각각 흩어져서 찾아 보자"고 말했다. 미로 같은 길을 흩어져 찾아다닌 끝에 겨우 물건을 전하고 나니 또다시 빗줄기가 굵어졌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빗속을 뚫고 중화동,하월곡동,묵동 등 3~4곳을 더 들르니 오후 2시30분.점심을 먹자는 반가운 소리가 들려왔다. 30여분 만에 든든하게 속을 채운 후 16개를 모두 배달하니 오후 4시가 훌쩍 넘었다. 롯데 본점으로 복귀해 16개 배송전표를 제출한 뒤에야 고단한 하루 일과가 끝났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