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개혁 '간노믹스' 탄력…민주당 分黨 리스크 커져
일본 집권 민주당의 당 대표 선거에서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당내 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의 도전으로 간 나오토 총리는 취임 3개월 만에 총리직을 내놓을 위기에 몰리는 듯했지만 14일 선거에서 압승해 자리를 지켰다. 간 총리는 당 대표 재선을 계기로 비교적 안정적인 정권 기반을 다졌다. 평소 그의 지론인 소비세 인상 등 재정개혁을 밀어붙일 교두보도 마련했다. 그러나 당 대표 선거 이후에도 불안 요소는 있다. 선거에서 패배한 오자와 전 간사장이 지지 의원들을 이끌고 탈당해 신당을 창당하거나 군소 야당과 연립할 가능성이 가장 큰 리스크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은 정권을 놓칠 수 있다.

◆재정개혁 가속화

간 총리가 유임됨에 따라 일본의 경제정책 기조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경기부양용 국채 발행을 가급적 억제해 재정 건전화에 주력한다는 기존 정책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엔고 대응에도 소극적인 입장이 지속될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간 내각의 경제정책 중 관심을 끄는 것은 소비세 인상이다. 재정 중시파인 간 총리는 일본이 처한 재정위기를 극복하고 복지재원을 확충하기 위해선 현행 5%인 소비세를 10%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8 · 30 총선(중의원 선거) 당시 민주당이 제시했던 각종 선심 공약은 축소 조정될 전망이다. 중학생 이하 자녀를 둔 부모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자녀수당,고속도로 무료화,농가호별 소득보전제도 등이 그런 공약이다. 간 총리는 재원 확보가 여의치 않은 만큼 이들 공약의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미 · 일 동맹 공고히

대외정책은 미 · 일 동맹을 중시하는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가 오키나와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문제를 놓고 미국과 마찰을 빚은 것과 대조적으로 간 총리는 미국과 기존 합의를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일본 정부는 이미 지난달 말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에 관한 미 · 일 전문가 협의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이전을 적극 추진 중이다. 오자와 전 간사장이 후텐마 기지의 나고시 이전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것과 대비된다.

한국이나 중국 등 아시아 국가와의 외교관계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민주당 자체가 직전 여당이었던 자민당에 비해 아시아 중시 외교를 강조하고 있다. 간 총리는 한 · 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도 적극적이다.

◆당 분열 리스크 부각

당 대표 선거 이후 간 내각의 최대 불안 요인은 오자와 전 간사장의 이탈이다. 민주당 국회의원(412명)의 3분의 1이 넘는 140여명의 계파를 거느린 오자와 전 간사장이 탈당하면 여당은 군소 정당으로 전락하게 된다. 만약 탈당한 오자와 전 간사장이 기존 야당과 손잡으면 정권을 언제든지 빼앗을 수 있다.

물론 오자와 측은 탈당 가능성을 부인한다. 선거에서 졌더라도 민주당에 계속 남아 간 내각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한다.

간 총리도 당 대표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경선 과정에서 약속한 대로 누구의 편도 들지 않겠다"며 "소속 국회의원 모두가 역할을 할 수 있는 내각을 운영해 진정한 '정치 주도'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임기가 3년 남아 있음을 염두에 두고 경제 재건에 임하겠다"고 언급,조기에 국회를 해산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그러나 고토 겐지 정치칼럼니스트는 "다른 비전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당에 오랫동안 함께 있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