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4일 나눔 문화 확산과 기업의 기부 필요성을 강조하며 '개인 차원'으로 나서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이날 국무회의에 앞서 참모들에게 언급한 요지는 기업의 진정한 기부도 필요하지만 회삿돈을 사용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벅셔 해서웨이 회장 같이 기업인들이 개인차원에서 기부에 적극 나서달라는 주문이다. 이 대통령은 기업인들의 자발적 기부를 공정 사회를 위해 가진 사람의'노블레스 오블리주'로 규정했다.

기업 총수나 대표들에게 회삿돈이 아닌 개인 차원에서 나눔 문화에 동참하라는 압박성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더군다나 이 대통령은 친서민과 대 · 중소기업 상생을 내세우며 "힘 있는 사람,가진 쪽에서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여러차례 언급한 터여서 기업인들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진정한 기부는 돈의 규모에 관계 없이 개인이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는 원론적인 얘기"라며 "특정 계층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돈만이 기부 수단일 필요는 없고 작은 부분에서부터 실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돈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재능이든 노력이든 자원봉사든 나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며 "큰 돈을 한꺼번에 내는 것이 아니라 작은 돈을 꾸준하게 내거나 작은 봉사를 하는 사람을 격려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전 재산을 기부하면서 나눔을 실천했기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2007년 대선 과정에서 "노후에 우리 부부가 살 집 한 채만 남기고 모두 사회에 돌려주려 한다"고 약속했고,지난해 331억여원을 기부해 청계재단이라는 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청계재단은 올해부터 중학생 218명,고교생 233명 등 451명에게 연간 총 6억4000여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