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서울 강남의 알짜 땅으로 꼽혀온 보금자리지구 내 민간아파트 택지를 외면했다. 분양시장 침체로 미분양이 우려되자 매입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최근 3년간 300채 이상 집을 지은 실적이 있는 건설사를 대상으로 강남 세곡,서초 우면지구의 민간아파트 용지 4개 필지에 대해 입찰을 받은 결과 1개 필지만 신청이 들어왔다고 14일 밝혔다.

아파트 용지인 서초 우면지구 A1블록(550채)에는 2개 건설사가 응찰했다. 그러나 강남 세곡지구 아파트 용지인 A6블록(917채)과 연립주택 용지인 B1(187채) B2블록(122채)은 한 곳도 신청하지 않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이 보금자리지구 내 민간 택지에 관심을 보이지 않은 데 대해 의외라는 반응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땅값이 예상보다 비싸게 책정됐고 분양면적이 평균 138~142㎡(42평)의 중대형 필지여서 분양 성공을 확신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면서도 "입찰업체가 이렇게 적은 것은 예상 밖"이라고 말했다.

이날 우면지구 A1블록에 신청한 건설사 관계자는 "3만9720㎡ 규모인 우면지구 A1블록의 공급가는 2355억원로 책정돼 세곡지구 A6블록(8만298㎡,공급가 4665억원)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강남 보금자리주택에 관심이 몰린다고 해도 시장이 워낙 불안해 땅값이 비싼 세곡지구를 신청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토해양부와 LH는 당초 강남이라는 입지 특성 탓에 건설사 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고 건설사당 한 필지만 신청이 가능토록 제한했다. 건설사들은 현행 25%인 보금자리지구 내 민간 공동주택 용지 비중을 높여달라고 국토부에 강력 건의,국토부는 '8 · 29 부동산 대책'에 이를 포함시켰다.

LH는 입찰 공고대로 15일 2 · 3순위 신청을 다시 받고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1~3순위는 LH가 우량 건설사에 입찰 우선권을 주기 위해 만든 자격요건이다.

최근 3년간 300세대 이상 주택건설 실적이 있는 건설업체가 1순위다. 2 · 3순위는 1순위에 비해 사업 규모가 작아 2 · 3순위 입찰도 유찰될 가능성이 높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