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훈 신한금융 사장 직무정지] "사건 진위판단은 유보…조직안정 위해 조기수습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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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직무정지 결정
'라응찬-이백순' 체제로 정비…은행 "내부 수습책 찾을 것"
검찰 수사 등 외부 변수 남아
'라응찬-이백순' 체제로 정비…은행 "내부 수습책 찾을 것"
검찰 수사 등 외부 변수 남아
신한금융지주 이사회가 14일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의 직무를 정지시키기로 의결한 것은 내분 사태를 방치하거나 확산시키기보다는 현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든지 매듭을 짓고 넘어 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 편을 든 게 아니라 신한을 살리기 위해 최선의 결정을 내렸다"는 게 이사회의 설명이다. 이사회는 사건의 진위 여부 판단을 사법당국의 몫으로 넘겼다.
신한금융은 사태가 일단락됐다고 보고 고객 신뢰 회복과 조직 안정을 위해 신속하게 사태 수습책을 내놓기로 했다. 신한금융은 '라응찬 회장-신상훈 사장-이백순 행장' 삼각편대에서 '라응찬-이백순' 체제로 정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라 회장의 실명제 위반 논란과 검찰수사 등 변수 등이 산재해 있어 신한 내분 사태가 쉽게 마무리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10 대 1 직무정지의 의미
이사회는 사건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보다는 조기 수습을 선택했다. 전성빈 이사회 의장(서강대 교수)은 "이사회는 진위를 판단할 입장이 아니고,해서는 안된다는 결정을 내렸다"며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신한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차원에서 결정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전 의장은 "(신 사장의 배임과 횡령에 대한 문제는) 사법당국의 결정을 보고 나서 그때 결정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신 사장 측은 이희건 명예회장 자문료 15억6600만원의 구체적인 사용 내역을 이사들에게 공개하며 자문료는 라 회장 등 경영진이 함께 사용한 공금 성격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신한을 위해서'란 대의의 벽을 넘지 못했다.
신 사장 측은 믿었던 재일교포 사외이사 3명이 직무정지안에 찬성한 것에 허탈해 하는 모습이었다. 신 사장 측 관계자는 "회사에서는 당초 해임안 통과를 원했지만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직무정지안이 통과돼 나름대로 성과를 얻었다"며 "이사들에게 사태 조기 수습이라는 논리가 먹혀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사회가 해임안보다 직무정지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검찰 조사 결과가 무혐의로 나오면 신 사장은 직위를 회복할 수 있다. 이사들로서는 해임안보다 부담이 적은 직무정지안을 선택했다고 할 수 있다.
◆은행 "조기 수습책 내겠다"
신한은행은 신 사장 직무정지로 결론이 난 만큼 라 회장과 이 행장을 중심으로 사태를 빨리 수습해 나가기로 했다. 지난 2일 신 사장 검찰 고소로 촉발된 이번 사태에서 고객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따라 대고객 사과를 통해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실제로 일부 고액 예금 고객들은 신한 사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며 예금 인출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직원들에 대해서도 '위기가 올수록 더욱 강해진다'는 신한 특유의 조직문화로 다시 한번 도약을 위해 조직을 추스르자고 독려할 계획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일단 사태가 봉합된 만큼 신한답게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 결과가 본선
신한금융은 이제 신 사장이 빠진 '라응찬-이백순' 체제가 됐다. 하지만 이것으로 신한 사태가 완전히 매듭지어진 건 아니다. 검찰 수사 결과라는 본선이 남아 있어서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또 다른 파장이 일 수도 있다. 검찰 수사가 신 사장 무혐의로 결론난다면 신 사장은 신한금융 사장에 복귀할 수도 있다.
다른 외부 변수도 많다. 당장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과 관련된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10월 열리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조영택 민주당 의원은 라 회장이 9명의 신한 차명계좌로 50억원의 비자금을 관리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시민단체들은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라 회장을 고발했다. 이 행장은 재일교포 주주들로부터 해임 청구 소송을 당했다. 법원이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당장 은행장과 지주사 이사 직무가 정지돼 직위상 신 사장과 똑같은 입장이 된다.
정재형/안대규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