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 에이저'(13~19세) 화장품 시장이 생활용품 화장품 위생용품 등 각 업계를 대표하는 '최강자'들의 대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존슨앤드존슨이 장악하고 있는 이 시장에 2008년 9월 국내 생활용품업계 1위인 LG생활건강이 뛰어든 데 이어 최근엔 최대 화장품 업체인 아모레퍼시픽과 개인 위생용품 업계 리더인 유한킴벌리도 출사표를 냈다. 각 업계의 '고수'로 꼽히는 이들 4개사가 같은 시장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연간 매출 1500억~2000억원 안팎의 틴 에이저 화장품 시장에 유통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격전장이 된 10대 화장품 시장

15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킴벌리는 지난달 선보인 10대 전용 스킨케어 제품인 '티엔'을 2013년까지 업계 1위 제품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우고 본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출시 한 달 만에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입점을 완료하고,다양한 행사를 통해 '티엔 알리기'에 나섰다. 이 회사는 △기저귀(하기스 · 시장점유율 65%) △생리대(화이트 · 55%) △미용티슈(크리넥스 · 44%) △베이비 · 키즈 로션(그린핑거 · 33.4%) 등 개인 위생용품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업체다.

아모레퍼시픽도 비슷한 시기에 10대 전용 화장품 '틴:클리어'를 내놓고,자사 대리점망인 '아리따움' 매장 1000여곳을 통해 판매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지난해 기준 국내 화장품 시장의 35.1%를 점유하고 있는 1위 업체다.

LG생건은 2년 전 '나나스비'로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LG생건은 샴푸 치약 세제 등으로만 연간 9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려 '생활용품 업계의 지존'으로 통한다. 업계 관계자는 "틴 에이저 화장품 시장은 매년 20% 가까이 성장하고 있는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며 "이 시장을 통해 10대를 '팬'으로 확보하면 몇 년 뒤 이들이 본격적으로 화장하는 나이가 될 때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수들의 대결…판도 바뀌나

국내에 틴 에이저 전용 화장품 시장을 연 곳은 존슨앤드존슨.틴 에이저 화장품의 글로벌 1위인 이 회사는 1995년 '클린&클리어'를 선보이며 '엄마 화장품'을 빌려 바르던 10대들을 '화장품 구매자'로 바꿔놓았다. 여드름으로 고민하던 중 · 고교생들은 "우리만을 위한 화장품이 나왔다"며 반겼고,나날이 커지는 시장은 고스란히 존슨앤드존슨의 몫이었다.

굳건했던 존슨앤드존슨의 아성은 2년 전 LG생건이 뛰어들면서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LG 관계자는 "강력한 유통파워를 앞세워 여중 · 여고생을 공략한 결과 홈플러스 기준으로 나나스비 매출이 클린&클리어의 40% 수준까지 따라붙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기술력과 마케팅 능력을 겸비한 유한킴벌리와 아모레퍼시픽의 가세로 앞으로 10대 화장품 시장이 혼전 양상을 띨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여성 피부를 가장 잘 아는 정통 화장품 기업이 만든 제품이란 점을 강조할 계획"이라며 "신제품을 줄줄이 선보이는 동시에 2012년부터 대형마트 등으로 판매처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자들의 잇따른 도전에 존슨앤드존슨도 긴장하고 있다. 이 회사는 후발 주자들의 신제품 출시에 맞춰 지난달부터 가격할인은 물론 좀처럼 안하던 '1+1' 행사도 벌이고 있다. 한국존슨앤드존슨 관계자는 "10대들에게 클린&클리어의 인지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판도가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강자들이 대거 들어온 만큼 다양한 수성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