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 때문에 정작 내국인들 일감이 없습니다. 일을 해도 임금을 제때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고요. "

15일 오전 4시50분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이 경기 성남시 태평1동 새벽인력시장을 찾았다. 추석을 앞두고 건설 일용근로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이곳에 있던 200여명의 근로자들은 박 장관을 보자마자 "중국인 근로자들이 건설 일용직 시장을 잠식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철근 기능공인 나병철씨(46)는 "중국인들은 일급이 1만~3만원 싸니 어려운 경기에 사업자들이 중국인 근로자를 선호해 내국인들 일감이 줄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곳 인력시장엔 중국인이 거의 없지만 현장에 가보면 절반 이상이 중국인이라 오히려 내국인이 이방인"이라고 전했다.

박 장관이 "다른 일거리는 어떠냐"고 묻자 옆에 있던 이경순씨(43)는 "여름내내 비온 날이 많아 한 달에 보름 일하기도 힘들었다"며 "추석이 지나면 날씨가 추워지면서 일감이 줄어드는데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임금 지급 지연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도 많았다. 27명의 근로자를 둔 작업팀장인 김남경씨(57)는 "지난 6월 예술의전당 공사장에서 일한 후 받아야 할 임금 6000만원을 아직도 못 받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지연임금을 '쓰메끼리'라고 부른다. 공사대금이 대형건설사(발주사)→하도급업체→재하도급업체를 거치면서 제때 지불되지 않아 60일이 지난 후에 받는 것이 허다하다는 것이다.

수전1동의 나눔인력소개소로 자리를 옮긴 박 장관은 근로자들에게 오늘 일할 장소와 임금이 적힌 종이를 나눠주는 '출력'업무를 직접 해본 후 관계자 및 일용직 근로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26년간 목수일을 해온 이재갑씨(59)는 "1990년 분당 신도시 아파트 분양가격이 평당 200만원에서 현재 1000만원 이상으로 뛰었고 자재값과 물가도 올랐는데 임금은 외환위기 직후와 똑같은 12만원"이라고 말했다.

2시간 동안 현장을 돌아본 박 장관은 근로자들과 근처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함께했다. 박 장관은 "오전 3시에 일하시는 분들을 보니 하버드대에서 공부할 때 두 달 동안 신문배달을 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네 가족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당(시간당 12달러)이 좋았던 신문배달을 했다"며 "아침에 놓인 우유,신문을 보며 새벽 땀의 아름다움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