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추가 경기 부양에 돌입토록 할 '방아쇠(trigger)'는 뭘까.

오는 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FRB가 어떤 통화정책을 내놓고,통화정책의 큰 방향은 어떻게 제시할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FRB는 만기가 돌아오는 보유 모기지(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으로 국채를 재매입해 시중에 자금을 푸는 양적 완화 정책을 내놓긴 했다.

시장의 최대 관심은 경제 상황이 악화될 경우 언제,얼마만큼 공격적인 부양책을 쓸지 여부다. 1차로 예상되는 추가 부양책은 국채를 새로 매입하는 방안이다. FRB는 금융위기 직후 시중에 자금을 풀고 장기금리를 낮추기 위해 국채를 매입하다가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자 지난 3월 종료했다.

골드만삭스는 FRB가 오는 11월이나 12월께 1조달러에 이르는 미 국채를 매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14일 관측했다.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잰 해치우스는 "21일 열리는 FOMC 회의에서는 발표되지 않겠지만 11월이나 12월 분명히 이런 계획이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FRB가 국채를 매입하려면 방아쇠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게 경제성장률,실업률,물가다. 21일 FOMC 회의에서는 세 가지 부문을 점검하고 예상하면서 추가 대책 방향을 논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제프리 래커 리치먼드 연방은행 총재는 "성장률이 우리가 예상한 대로 나오고 물가상승률이 1~2% 사이를 유지하면 추가 부양책이 필요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현재 실업률이 FRB의 장기 목표치인 5~6%보다 높은 9.6%이고 인플레율이 1.5~2%여서 부양책을 더 쓸 명분은 충분하다는 게 다른 FRB 관계자들의 시각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골드만삭스는 실업률이 내년 초까지 다시 상승해 10%를 기록한 뒤 내년 말까지 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FRB 부의장직에서 은퇴한 도널드 콘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원도 "실업률이 더 높아지면 추가 조치를 심각히 고려할 명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보다 결정적인 방아쇠가 FRB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FRB는 11월2일과 3일 열릴 예정인 FOMC 회의를 전후해 성장률 예상치를 내놓는다. 내년 전망치를 종전치보다 낮출 경우 추가 부양책을 사용할 명분은 한층 확실해진다.

블룸버그통신이 경제학자 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미국 경제는 2.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와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은 2.0% 아래로 내다봤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체이스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2.4% 성장률을 예상한다"면서 "FRB는 자신들의 전망치가 3% 아래로 떨어지면 추가 부양책을 쓸 시점으로 해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입할 국채 규모도 관심이다. 안툴리오 봄핌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 이사는 "1조달러 정도 매입을 선언해야 총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정말 끝장내겠다는 신호로 읽힐 것"이라며 "이 아래 규모면 시장이 오히려 FRB를 무기력하다고 볼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콘 전 부의장과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다른 시각이다. FRB가 이 같은 충격요법보다 경기,실업률,물가 추이를 봐가면서 조금씩 국채를 매입하되 상황에 따라 더 사겠다는 신호를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