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과 신도시를 중심으로 나타나던 전셋값 상승세가 강북권과 경기 파주 용인 광명 남양주 등 주변 지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추석 연휴 이후 이사가 몰린다는 점에서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수도권에서만 5만7000여채의 입주 물량이 대기하고 있어 내달을 고비로 전세시장도 안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분석했다.

◆중소형이 오름세 이끈다

서울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5㎡ 전셋값은 보름 사이 4억원에서 4억3000만원으로 올랐다. 전세 물건이 달려 전세가격이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도곡동 경남아파트 전용 114㎡도 4억8500만원으로 1주일 사이 3000만원 높아지는 등 강남권 대부분 지역에서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

강남권 이외 지역에선 중소형 아파트가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은평뉴타운과 미아뉴타운 등 강북권에서는 전용 85㎡ 이하만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미아동과 신도림동 등에선 전용 59~85㎡가 500만~1000만원 상승했다.

신도시에서는 중소형 쏠림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분당신도시 정자동 한솔주공과 야탑동 장미현대,평촌신도시 비산동 한양 등 중소형 아파트가 많은 곳에만 전세 수요가 몰리고 있다. 분당 서현동 늘푸른공인 관계자는 "중소형 매물이 거의 없어 최근 한 달 사이 전셋값이 60㎡ 기준으로 1000만원 올랐다"며 "예약을 하고 기다려야 물건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변부로 확산되는 전셋값 상승세

파주 교하지구에서는 최근 보름 사이 중소형 전셋값이 1000만원 정도 상승했다. 일산은 물론 싼 전세를 찾아 온 일부 서울 수요까지 겹치면서 저가 매물이 빠르게 소화되고 있다. 광명시는 가산디지털단지 근로자 및 신혼부부 수요 등으로 최고 2000만원 정도 올랐다.

125㎡ 이상 대형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용인 수지구에서는 중소형 품귀로 대형 전세가까지 들썩이고 있다. 동천동 동천태양공인의 박찬식 사장은 "59㎡ 단일 1600세대로 구성된 풍덕천동 삼익 · 풍림 · 동아 아파트는 1주일 전 1000만원이 뛴 1억2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지만 지금은 매물이 없어 시세파악이 안된다"며 "대체 수요가 분당의 중소형 전세가 수준인 중대형으로 몰려 중대형 전세가도 덩달아 500만~1000만원 올랐다"고 설명했다.

◆물량 줄어드는 내년부터가 문제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사철 수요 △매매 대신 전세를 택한 눌러 앉기 △보금자리주택 청약을 위한 전세 등이 겹쳐 전셋값이 오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세 수요가 중소형에 집중된데다 내달부터 대규모 물량이 입주하기 때문에 전셋값이 점차 안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주철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중대형은 거의 변동이 없고 중소형만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최근 전세가 주간 상승률도 0.08% 정도여서 작년 9월의 0.17~0.22%와 비교하면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입주 물량이 급감하는 내년부터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본부장은 "추석 연휴 이후에 수도권에서 5만7000여채가 집들이를 할 예정이어서 전세 부족 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면서도 "내년 입주물량이 10만9100채로 올해 16만9782채보다 35.7% 줄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재개발 · 재건축 단지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하고,분당신도시 아파트 등 노후 중층 단지들의 리모델링이 활기를 띠면 전세물량 부족도 심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