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외환시장 본격 개입…도쿄發 환율전쟁 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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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당 82엔대 떨어지자 6년반 만에 단행
달러당 82엔대 떨어지자 6년반 만에 단행
일본 도쿄 마루노우치에 있는 미쓰비시도쿄UFJ은행 본점의 외환 딜링룸.15일 오전 10시30분 모니터를 주시하던 딜러들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달러당 82.9엔까지 올라가던 엔화 가치가 갑자기 83엔대 후반으로 1엔 가까이 급락한 것.엔화 가치의 갑작스러운 추락에 딜러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뉴스 모니터에 빨간색 속보가 떴다. '긴급:정부 외환시장 개입.'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전격 개입했다. 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가 15년 만에 최고치인 82엔대에 진입하자 시장에서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였다. 시장 개입 규모는 1조엔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은 이날 오전 10시50분 기자회견을 열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에 따른 물가 하락) 상황에서 경제 · 금융 안정에 악영향을 주는 최근 외환 동향을 간과할 수 없었다"며 이례적으로 외환시장 개입 사실을 공표했다.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은 2004년 3월 이후 6년6개월 만이다.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본격화된 '환율 전쟁'의 한 단면이다.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을 늘리고 경기를 부양하려는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 각국의 공방전이 더 치열해졌다는 걸 보여준다. 금리 인하나 구두 개입 등 간접 수단을 동원한 지금까지의 개입이 '공중전'이었다면 정부의 외환시장 직접 개입은 '지상전'이다. 2008년 가을 '리먼 쇼크' 때 위기에 공동 대응했던 각국이 이젠 '먼저 살겠다'며 싸우는 형국이다.
환율 전쟁에서 주로 공세를 펴온 것은 미국이다. 위기 이후 반짝 좋아졌던 경기가 다시 둔화하자 약(弱)달러 정책을 분명히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향후 5년간 수출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고,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추가 금융 완화를 시사하며 달러 가치 하락을 부채질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엔화였다. 지난 10일 기준 엔화 가치는 2007년 저점(달러당 123.8엔)에 비해 47.1% 상승했다. 위안화가 12.6% 오른 것에 비해 4배 가까이 더 뛰었다. 일본 정부가 '더 이상은 못 참겠다'며 반격을 시작한 이유다. 반격에 힘입어 이날 엔화 가치는 달러당 85엔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덕분에 닛케이 평균주가는 217.25엔(2.34%) 올라 9516.56엔을 기록했다.
전세는 아직 불투명하다. 일본의 전력에 한계가 있는 데다 미국의 재반격 여부도 두고 봐야 한다. 신세이은행의 마사이 다카코 캐피털마켓 부장은 "일본 정부의 이번 개입은 국제공조가 아닌 단독 개입이었다"며 "미국 정부가 맘먹고 달러를 풀면 일본의 개입 효과가 오래 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전격 개입했다. 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가 15년 만에 최고치인 82엔대에 진입하자 시장에서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였다. 시장 개입 규모는 1조엔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은 이날 오전 10시50분 기자회견을 열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에 따른 물가 하락) 상황에서 경제 · 금융 안정에 악영향을 주는 최근 외환 동향을 간과할 수 없었다"며 이례적으로 외환시장 개입 사실을 공표했다.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은 2004년 3월 이후 6년6개월 만이다.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본격화된 '환율 전쟁'의 한 단면이다.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을 늘리고 경기를 부양하려는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 각국의 공방전이 더 치열해졌다는 걸 보여준다. 금리 인하나 구두 개입 등 간접 수단을 동원한 지금까지의 개입이 '공중전'이었다면 정부의 외환시장 직접 개입은 '지상전'이다. 2008년 가을 '리먼 쇼크' 때 위기에 공동 대응했던 각국이 이젠 '먼저 살겠다'며 싸우는 형국이다.
환율 전쟁에서 주로 공세를 펴온 것은 미국이다. 위기 이후 반짝 좋아졌던 경기가 다시 둔화하자 약(弱)달러 정책을 분명히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향후 5년간 수출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고,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추가 금융 완화를 시사하며 달러 가치 하락을 부채질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엔화였다. 지난 10일 기준 엔화 가치는 2007년 저점(달러당 123.8엔)에 비해 47.1% 상승했다. 위안화가 12.6% 오른 것에 비해 4배 가까이 더 뛰었다. 일본 정부가 '더 이상은 못 참겠다'며 반격을 시작한 이유다. 반격에 힘입어 이날 엔화 가치는 달러당 85엔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덕분에 닛케이 평균주가는 217.25엔(2.34%) 올라 9516.56엔을 기록했다.
전세는 아직 불투명하다. 일본의 전력에 한계가 있는 데다 미국의 재반격 여부도 두고 봐야 한다. 신세이은행의 마사이 다카코 캐피털마켓 부장은 "일본 정부의 이번 개입은 국제공조가 아닌 단독 개입이었다"며 "미국 정부가 맘먹고 달러를 풀면 일본의 개입 효과가 오래 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