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 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 그 속에 푸른 풋콩 말아넣으면/ 휘영청 달빛은 더 밝어 오고/뒷산에서 노루들이 좋아 울었네./ "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 달 보시고 어머니가 한마디 하면/ 대수풀에 올빼미도 덩달어 웃고….'

'내일같이 명절날인 밤은/…일가집 할머니가 와서 마을의 소문을 펴며/ 조개송편에 달송편에 죈두기송편에/ 떡을 빚는 곁에서/ 나는 밤소 팥소 설탕 든 콩가루소를 먹으며/ 설탕 든 콩가루소가 가장 맛있다고 생각한다. ' 앞의 것은 서정주 작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뒤의 것은 백석 작 '고야(古夜)'의 일부다.

예전 추석엔 다들 이처럼 집에서 떡을 만들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온 가족이 둘러앉아 '송편을 잘 빚어야 예쁜 딸을 낳는다'며 솜씨를 겨뤘다. 큰 것 작은 것,동그스름한 것 길쭉한 것 등 죄다 다른 모양의 송편이 수북이 쌓이면 찜통 위엔 솔잎이 놓이고 잠시 뒤면 집안 가득 은은한 솔잎향이 배곤 했다.

지금은 추석에도 이런 광경을 보기 어렵다. 간식거리가 워낙 흔해서일까,애 어른 할 것 없이 한두 개 집어먹고 마는 만큼 집에서 만들어봐야 그대로 남기 일쑤다. 그러니 대부분 완제품을 사거나 기껏해야 냉동송편을 사서 찐다.

쌀 소비도 소비요,영양과 건강 면에서도 빵보다 낫다는 떡이 보다 대중화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오래 두기 힘들다는 것이다. 갓 쪄냈을 때의 맛을 유지하려면 상온에 둬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상하기도 쉽지만 금세 딱딱해진다. 냉동실에 뒀다 해동시켜 먹으라지만 송편처럼 익반죽한 것은 그것도 어렵다.

농촌진흥청이 금방 만들었을 때처럼 쫄깃하고 말랑한 채로 오래 먹을 수 있는 '굳지 않는 떡' 제조기술을 개발했다는 소식이다. 첨가물이나 화학처리를 하지 않고 떡메로 치는 '펀칭기법'과 '보습성 유지기법'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이 방법대로 하면 현미가 20~80% 들어가도 굳지 않아 잡곡을 이용한 '웰빙떡' 개발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국내 떡 산업 규모는 약 1조1000억원.5조원이 넘는다는 일본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아침식사 시장을 겨냥,모양과 포장 면에선 놀랍도록 발전하고 있는 만큼 보관 및 유통기간만 늘리면 국내 시장 확대는 물론 세계 시장도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 싶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