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6자재개 형식.내용 재검토…새 로드맵 모색

한국 정부의 최종 보고서 발표로 천안함 국면의 전환이 예상되는 가운데 관심을 모으고 있는 6자회담 재개는 북한의 비핵화 행동 여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한미 양국은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이달 초 방미와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이번주 방한을 통해 6자회담 재개 프로세스에 대한 공감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양국은 일단 천안함 사건 이전까지 중국의 주도로 추진돼 왔던 '북미접촉→6자 예비회담→6자 본회담'이라는 3단계안은 더 이상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천안함 사건이 한국에 대한 중대한 도발인 만큼 남북 당사자간에 이를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는 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북미간 접촉에 이은 6자 예비회담, 6자 본회담 카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소식통은 지난 14일 연합뉴스에 "예비회담 개최를 골자로 하는 중국의 3단계 중재안은 천안함 사건 이후 전반적인 상황의 변화로 인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데 한미가 공통의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서 "남북간 접촉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양자와 다자접촉을 거쳐 6자회담으로 가야한다는게 양국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형식 측면에서 본다면 북미접촉부터 시작하던 중국의 3단계안 출발점이 남북대화로 바뀐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최근 "진전이 있기 위해서는 남북한 사이에 모종의 화해 조치가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의 생각은 남북접촉을 통해 천안함 사건 등이 어떤 식으로든 해결되고 남북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판단될 경우 북미접촉을 포함한 다양한 양자, 다자접촉을 거쳐 6자회담으로 복귀한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형식 뿐만 아니라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내용도 바뀌었다는 점이다.

한미 양국은 북한이 구체적인 비핵화 복귀 의지를 행동으로 보일 때에만 6자회담을 재개한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한미 양국의 입장은 비핵화 진전을 확보할 수 있는 대화를 하자는 것"이라면서 "양국 모두 과거와 같은 대화를 위한 대화는 안된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구체적인 비핵화 행동을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는 한미 양국이 단순히 북한의 선전장이 될 수 있는 6자회담의 장을 펼치지 않겠다는 의도로도 볼 수 있다.

미국도 이런 입장을 최근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14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가 보고 싶은 첫번째 일은 북한이 건설적으로 개입(engage)하고 그들의 의무를 준수할 준비가 돼 있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이런 신호들을 본다면 분명히 그 다음에 우리는 특정한 만남이 유용할지 여부를 평가할 것"이라고 언급, 북한의 태도 변화 및 의무준수가 대화에 선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일 수 있는 행동으로는 유명환 전 외교장관이 지난달 밝혔던 영변 핵시설 불능화, 국제사찰단 복귀 등이 우선 거론되고 있는 상태다.

(워싱턴연합뉴스) 황재훈 특파원 jh@yna.co.kr